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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행 보살님의 발원

  • 기자칼럼
  • 입력 2016.01.04 14:04
  • 수정 2016.01.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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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행 보살님의 여덟 번째 시집이 나왔다. 평소 찾아뵙지 못해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보살님의 거처로 향했다. 보살님은 부산 두실역 인근 한 상가 1층의 그늘진 작은 곳에 산다. 10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에 있는 한 사람 누울 만한 작은 전기장판이 겨울 난방의 전부다. 사계절 찬물에 샤워를 하고 협소한 집안에서도 전깃불을 아끼기 위해 전구를 빼 둔 곳도 있다. 극빈층 독거어르신이나 다름없어 보이지만 실상 보살님은 진짜 부자다. 바로 ‘마음부자’다.

보살님은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2시간 동안 아침예불을 올린다. 수면과 공양시간 이외에는 대부분 기도와 수행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가도 누가 찾아오면 반가이 맞이하며 고이 모셔 놓은 알록달록한 다과를 꺼낸다. 그리고 보살님이 쓴 시를 직접 읽어준다. 보살님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 수 한 수의 시를 듣노라면 머리는 청량해지고 가슴은 따뜻해진다.

보살님의 세수는 올해 여든이다. 그동안 참 많은 발원을 세우고 실천했던 보살님이다. ‘금강경’ 1만독, 20회가 넘는 봉정암 순례, 절수행 300만배…. 1997년부터 3년간 도반 36명과 함께 군법당 3곳으로 매월 보시금을 보낸 ‘화군회’의 주역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원력행의 삶을 이어 온 보살님은 수년 전부터 해온 발원이 있다. 여든 되는 해  고인이 된 남편이 세연을 다한 하루 다음 날부터 당신 스스로도 세연 다하기를 발원해왔다. 최근 들어 그 발원은 더 분명해졌고 더 자주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생엔 수행자가 되길 원한다. 이유는 간명하다. ‘발원’에 대한 믿음이다. “큰 서원의 힘을/ 큰 발원의 힘을 /실로 알고자 /실로 그 맛을 보고자”함이다.

보살님은 형편이 기울어 하루하루가 벅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도와 수행이 힘든 시간의 버팀목이 됐다. 적어도 이제 죽을 때까지 지낼만한 금전적인 여유는 있다고 말한다. 자녀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결국 나이 79세에 독립해 독거(獨居)를 시작했다. 더러는 찾아오는 이들이 보살님 손에 봉투를 쥐어 드리기도 하지만 그 돈의 1원까지 불전에, 어려운 이웃에게 회향하고는 도리어 고맙다며 그 사연을 시에 담기도 한다. 시를 모아서 낸 책 여덟 권은 모두 낼 때마다 최소 1000권씩 제방 곳곳에 법보시를 했다. “팔기 위해 낸 책이 아니라 나누기 위해 만든 책”이라고 밝힌 보살님은 발원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출판한 이번 시집이 마지막이란다.

▲ 주영미 기자
“그 서원이 /나를 멈추어준다면 /나를 아는 도반들께 /큰 박수를 부탁하고 싶다/ 그 아니면/미혹함을 사죄하는 /큰절 삼배를 /올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해가 시작됐다. 마무리를 향한 보살님의 삶은 매일 새벽 새롭게 출발한다. 원의 성취 여부를 떠나 보살님의 삶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우리의 발원을 점검할 때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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