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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따라 무소의 뿔처럼

기자명 강용주

“큰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물에 젖지 않은 연꽃같이 / 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수타니파타’)

일본 대사관앞. 12월30일, 올해 마지막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1211차 수요집회는 올 한 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아홉 분의 넋을 기리는 추모회였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38명 가운데 이제 단지 46명이 살아계십니다. 그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들한테 얘기 한번 듣지 않고 일본에 법적 책임을 면해주고 소녀상 철거에 대해 검토까지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나라의 공무원인가”라고 말했습니다.

반인도적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피해자보상 및 배상 그리고 위령 및 기념사업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자의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인권의 중대한 침해의 희생자들의 고통이 무시”되거나 “희생자들의 고통을 주변적인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이번 ‘위안부 합의’는 희생자가 배제된 합의입니다. 김복동 할머니 말씀은 핵심을 찌릅니다. “우리한테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정부끼리 뚝닥뚝닥 해갖고는 우리정부가 타결됐다하면 됩니까?” 이런 합의는 “나라가 없어서 고통당한 우리를 두 번 죽이려고 하는 거”(이용수 할머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합니다.

아베 총리는 직접 사과도 아니고 일본 외상의 대독을 통해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습니다. 사죄란 피해자가 사죄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와 내용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죄의 목소리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28일로서 끝났다. 위안부 문제로 더 이상 사죄도 하지 않는다”고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진실성이 결여된 겉치레일 뿐입니다. 사죄를 가장하여 모욕을 주는 행위일 뿐입니다.

아베 총리는 왜 ‘대독 사과’를 했을까요? 아베 총리는 “한국 외무 장관이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TV앞에서 말했고 그것을 미국이 평가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말합니다. 이번 합의는 국가범죄에 대한 참회가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의한,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언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한 발 더 나가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도 말합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아베도, 박 대통령도 이번 합의를 졸속으로 서두르는 것은 아닐까요.

10억엔을 받고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합니다. 할머니와 국민이 납득할 수 없고, 피해자에게 진정어린 사죄도 하지 않고, 법적인 배상책임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졸속 합의였습니다. 할머니들의 24년 투쟁의 역사인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니요. 할머니들과 함께 해온 평화의 소녀상엔 눈물이 흘렀습니다. 소녀상은 성노예로 유린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2011년 12월14일 세워진 조각상입니다. 소녀상은 할머니의 고통과 슬픔이 함께하는 곳이고 위로하는 자리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고통스럽고 아픈 역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기억과 다짐의 자리입니다. 소녀상은 수요 집회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의 고통의 세월을 함께 하는 연대의 상징입니다. 할머니들의 피지 못한 꿈이 담겨있습니다. 할머니들과 함께 평화의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러 겨울 추위를 견뎌야겠습니다. “돌아가신 다른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처럼요.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hurights62@hanmail.net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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