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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공과 후회난추

70년 허송세월의 과보

스님들이 수행하는데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추려 정리한 책으로 ‘치문경훈(緇門警訓)’이 있다. ‘일생공과(一生空過) 후회난추(後悔難追)’는 이곳에 실린 위산영우(771~ 853) 스님의 경책이다.

‘일생을 헛되이 지내게 되면 뒤에 후회해도 좇기 어렵다’로 해석되는데 ‘인생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나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의미다.

세상사 모든 일은 때가 있기 마련이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열심히 김을 매지 않으면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뒤늦게 후회해도 한 겨울 언 땅에 씨를 뿌리고 김을 맬 수는 없는 일이다. 스님들의 수행이나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신심이 장하고 혈기왕성한 젊은 날 치열하게 수행하거나 공부하지 않으면 뒷날 깨달음을 얻거나 일가(一家)를 이루기는 어렵다. 때를 놓치면 그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 처한 위치와 역할을 잘 파악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래야 훗날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위산 스님 말씀은 불문(佛門)에 든 젊은 스님들에게 주는 경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경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맺힌 한을 100억 원에 팔아버렸다. 일본이 사과했다고 밝혔지만 협약 당일 아베 총리의 부인은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은 협약이 체결된 후엔 고자세로 전환해 100억 원을 주기로 했으니 앞으로 사과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돈을 줄 테니 그만 징징대라는 모욕적인 언사로 들린다. 여기에는 사과의 마음이나 참회의 감정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결과에 분노하는 국민들을 일본을 대신해 설득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가해자인 일본은 웃고 있는데 피해자인 우리국민과 정부가 싸우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생공과 후회난추’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광복 이후 70년을 허송세월로 보내며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한 그 과보로 지금 국민들은 가슴을 치고 있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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