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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래 불교는 발달된 문명을 배경삼아

기자명 김정빈

현대인의 아뢰야식 읽어 반영해야

지난 주에 시간, 즉 종좌표의 면에서 역사를 검토해보았으므로 이번 주에는 시각을 공간, 즉 횡좌표의 면으로 돌려보도록 하자. 다만, 여느 경우라면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우주(지구)를 먼저 생각하게 마련이겠지만, 종교에서 물리적인 공간은 2차적인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공간이므로 이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로 하겠다.

자연과학·인문학·예술 등
현대인 시대 마인드 만들어
더욱더 발달할 제학문 성과
폭넓게 수용하는 종교 돼야

먼저, 각 시대에는 그 시대 특유의 ‘시대 마인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시대 마인드라 부르는 것은 유식불교가 밝혀낸 바 있는 아뢰야식을 개인 단위에서 특정 시대인 모두에게로, 또는 초개인적·보편적 아뢰야식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사람들은 유교사상을 시대 마인드로 가지고 있었고, 유가사상의 기초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임금에 대한 충성이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두 가치 중 보다 기본적인 덕목은 효도이다. 임금에 대한 충성은 부모에 대한 효도를 국가 단위로 확장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임금(국가)에 대한 충성이 가치 충돌을 일으킬 경우 전자를 우선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현종 시대에 자의대비가 상복을 1년간 입을 것인지 3년간 입을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인 끝에 서인들이 실각되었다가 15년 뒤에 왕의 결정이 뒤바뀌어 서인이 복권되고 남인이 실각한 사건이나, 구한말의 한 의병장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수천 명의 의병을 방치해둔 채 장례를 치르기 위해 부대를 해산해버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기해예송(己亥禮訟)이나 예로 든 의병장의 행동이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는 이상해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같은 시대 마인드를 갖고 있었던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비판하지 않았거나 비판할 수 없었다. 이는 지금 우리 시대 마인드 또한 후대 사람들에게 이상해보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시대 마인드는 그 시대 사람의 마음을 구속하는 한계이자 장벽이다. 불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심여공화사(心如工畫師), 일수사견(一水四見) 등의 말씀이 있는데, 이 말씀들은 개인, 또는 시대의 마인드를 뛰어넘어야만 불교 진리를 체달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말씀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따라서 미래의 불교를 설계하기 위해 우리의 시대 마인드를 읽은 다음 그를 뛰어넘어야만 한다. 그렇긴 하지만 당대에 사는 사람이 당대의 시대 마인드를 읽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움직이는 차 안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타고 있는 차가 얼마의 속도로 달리는지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그것을 알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차 밖에서 차를 측정하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이 시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 시대 밖, 즉 미래로 나아가 있는 편이 좋다. 그렇지만 현대인이 미래에 가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까지는 인정해야 하겠지만, 인류가 움직이는 지구 위에서 지구가 얼마의 속도로 움직이는지를 측정해내었듯이 현대 안에서 현대가 어떤 시대 마인드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긴 하지만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우리 시대의 마인드를 읽어낼 수 있을까? 그중 하나는 우리 시대를 과거 시대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 현대인이 과거인에 비해 자연과학·인문학·예술분야에서 지식(경험)을 엄청나게 증진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 많아진 지식과 경험은 당연히 현대인의 시대 마인드에 반영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과거에 비교된 현대는 알 수 있지만 미래에 비교된 현대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다만 인류가 현재까지 이룩되어 있는 자연과학·인문학·예술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은 확실하므로 미래의 불교는 종좌표의 관점에서는 인간(개인·나) 중심으로, 횡좌표의 관점에서는 현대까지 인류가 이룩한 자연과학·인문학·예술 분야의 발전과 성과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추진되어야만 할 것이다.

김정빈 밝은불교신행원장 jeongbin22@hanmail.net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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