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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기(불투도)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도 훔치는 것”

 
오계 가운데 하나인 불투도(不偸盜). 남의 것을 훔치거나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금하는 이 계율은 자신의 소유물에 충분히 만족하고 다른 사람의 소유물에 대해 미세한 욕망조차 버릴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탐심을 버리고 소욕의 삶을 실천하는 데 있어 불투도는 근본이 되는 계율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수많은 경전을 통해 도둑질의 정의와 불투도계의 적용 사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이를 지킬 것을 강조했다.

탐심 버리고 소욕위해선
미세한 욕망조차 버려야
규범 지키고 청탁 않기는
불투도계 실천의 첫걸음

부처님은 ‘사분율’에서 “불투도는 그 마음이 청정해서 주면 받고, 주지 않으면 갖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투도를 실천하면 탐심을 버리고 청정하게 돼 어떤 것도 훔칠 의도를 갖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불투도에 대한 의미는 대승에 이르러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천태지의 스님의 저술인 ‘법계차제초문’에 따르면 도둑질이란 남의 물건임을 알고서 훔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본래 있던 곳에서 자신에게 속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또 자은규기 스님의 ‘유마경’ 해설서인 ‘설무구칭경소’에서는 “강제적으로 탈취하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줄 마음이 없는데 이를 취하는 것은 모두 도둑질”이라고 설명했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남의 물건을 취하는 모든 행위가 불투도계를 범한 것이라는 점이다.

흔히 불자들은 일상에서 자신은 불투도계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여긴다.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는 도덕적 윤리 기준을 넘어 범죄행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투도계는 단순히 남의 것을 훔치는 것만을 국한하지는 않는다. 일상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한 것은 모두 남의 것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

가령 자신에게 부여된 납세와 병역 의무를 기피하고, 자녀의 실력이 부족함에도 부정입학을 하게 하거나, 좋은 자리를 위해 인사 청탁을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도박에 손을 대는 것,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서너 채의 집을 사는 투기 행위 등은 모두 불투도계를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거부한다면 누군가가 이를 대신할 수밖에 없고, 실력이 부족한데도 유명 대학에 가려고 한다면 열심히 공부한 다른 학생의 기회가 박탈될 수밖에 없으며, 정작 집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얻지 않은 모든 것들은 남의 것을 훔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과보를 받게 됨을 강조했다. 특히 바늘 하나, 풀 한 포기라도 무단으로 취하는 것은 상대의 것을 갈취하는 것이라고 경책한다.

심지어 ‘잡아함경’에서는 한 비구가 연못의 연꽃 향기에 취한 것도 도둑질로 간주돼 연못을 지키는 지신(池神)으로부터 큰 질타를 받았다는 일화가 소개돼 있다. 또 ‘무량수경’에는 교범바제라는 비구가 남의 조 밭에서 이삭 하나를 따서 영글었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다가 몇 알을 땅에 떨어뜨린 과보로 500년간 축생계로 떨어져 소가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조계종 율사 철우 스님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모두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라며 “이런 행위들은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야 할 것을 빼앗는 것이기에 불교에서는 중대한 파계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상에서 불투도계를 실천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삼가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사회규범을 지키고, 누군가에게 삿된 청탁을 하지 않으며, 턱 없이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복권을 사지 않는 일 등은 일상에서 불투도계를 실천하는 첫걸음인 것이다. 이는 곧 불투도계가 정직한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불투도계는 재물에 대한 정당한 소유와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부정직하고 부도덕한 재물의 획득이나 소유는 멀리하고, 오로지 합법적이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소유하려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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