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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래 불교는 종교 입지 고려해야

종교, 안에서 보기, 밖에서 보기

‘법구경’은 “마음이 모든 것에 앞서 간다”는 구절로 시작되고, (히브리) 성경은 “맨 처음에 신이 있었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중 마음을 우선하는 ‘법구경’이 현대적인 시대 마인드에 기초해 있음은 분명하다. ‘법구경’이 말하는 마음은 인간의, 개인의, 나의 마음이고, 현대는 인간·개인·나를 기초로 삼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종교선택 자유 중세엔 없어
현대인 자유롭게 종교 선택
울타리 밖 나가서 보는 눈
타종교와 이해·대화 장 열어

그에 비해 신을 우선하는 성경은 어떨까? 바꿔 말해서 성경은 인간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책일까, 아니면 인간의 요청이 있기 전에, 또는 인간의 요청 여부와는 상관없이 신이 계시한 내용을 담은 책일까? 요점은 전자의 경우에는 인간이 먼저, 신이 나중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신이 먼저, 인간이 나중이라는 점이다.

성경에 나타나 있는 신의 계시가 인간의 요청에 대한 응답일 경우 성경은 인간·개인·나를 기초 삼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책이 된다. 그에 비해 인간의 요청이 있기 전, 또는 인간의 요청 여부와는 상관없이 신의 계시가 이루어졌을 경우 성경은 중세의 책일지언정 현대의 책이 아니다.

이 점은 극단적 근본주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한, 서구의 기독교인들 또한 명시적으로 또는 암암리에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이 사는 사회가 종교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종교 선택의 자유라고 할 때의 자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인간·개인)의 자유이며, 그 자유를 가진 존재로서 나는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선택하지 않고), 그 종교 안에 들어가 어떤 신이 계시했다고 주장되는 진리(교리)를 믿게 된다. 이는 성경이 인간의 요청에 대한 응답의 책이라는 것을, 인간이 먼저이고 신은 나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나라는 종교 선택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사회적인 체제를 인정하는 한,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①세속사회에 사는 국민이 ②사찰·성당·교회라 불리는 특별한 지역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현대)의 종교는 밖에서 바라보는 ①의 면과 안에서 바라보는(외재적) ②의 면 등 두 면을 갖고 있다(내재적). 불상을 파괴하는 등 극성스런 타종교인들의 불교에 대한 문제 야기는 문제 야기자가 이 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는 ② 안에서 행해지는 것을 전제로 인정되고 존중받는다는 것을, ② 밖에서는, 즉 ①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선포·선전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를 바탕으로 타인의 종교를 간섭·위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의 종교행위다.

놀라운 것은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기독교의) 하나님께 봉헌하노라고 ①의 지역에서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그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즉 그가 현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민주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종교인이 믿는 교리는 사찰·성당·교회 안에서의 진리일 뿐 그 영역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보편적인 진리, 즉 물리·화학 법칙이나 정치·사회의 원리 등과 같이 국가기관(학교)에서 공적으로 가르치는 지식이 아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학교에서 종교 교리를 가르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사회 현상을 이해시키는 수업으로서, 또는 학교 창설자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가볍게(공공하지 않게 사사로이) 가르쳐질 뿐이다.

종교 영역을 벗어나는 공간에서 종교 교리는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의 주의주장일 뿐이다. 우리는 이 점을 인정해야 하며, 불교는 부처님 당시부터 이를 인정해 왔다. 불교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적인 종교, 자신을 당당하게 주장하되 타인의 자유를 전적으로 인정하는 종교이며, 미래 불교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한 기초 위에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빈 밝은불교신행원장 jeongbin22@hanmail.net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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