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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목지자(捏目之子)

우상숭배 종교의 적반하장
일부 개신교 신자도 해당

날목(捏目)은 경전과 선어록에 등장한다. 날목생화(捏目生花), 날목공화(捏目空花), 날목지자(捏目之子) 등의 용어로 쓰인다. 날목생화나 날목공화는 눈을 문지르거나 누르면 없던 꽃을 본다는 의미다. 날목지자(捏目之子)는 이렇게 헛것을 보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을 지칭한다. 불교에서 중생은 날목지자다. 미혹에 빠져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로 착각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깨달음은 이런 날목지자의 삶을 벗어남을 의미함이다.

새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눈살 찌푸리는 일이 일어났다. 개신교 신자를 자처하는 60대가 불상을 파손하는 등 법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스님들에게는 마귀라며 욕설하고 불교는 우상숭배의 종교이기에 파괴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개신교인에 의한 법당훼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종교가 다르면 폭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삐뚤어진 신념 또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상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다. 우리사회에서 대표적인 우상숭배 종교라면 개신교를 빼놓을 수 없다. 교회 안에서 십자가를 숭배하는 것을 넘어 도심의 밤을 무덤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붉은 십자가의 네온사인으로 물들이는 행위가 우상숭배가 아니고 무엇일까.

우상숭배 자체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군인을 꿈꾸는 이들이 이순신 장군을 우상삼아 닮아가려는 노력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우상으로 섬기는 대상이나 신이 모든 것을 들어줄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이다. 불교는 그런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스승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래서 깨달음에 방해 되면 부처님도 조사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과학과 생물학의 발달로 절대자가 천지를 창조했다거나 사람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신화라고 치부하기에도 황당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 그런데도 신은 이러해야 한다고 스스로 규정해 놓고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날목공화다. 왜곡된 관념의 우상은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개신교인들이 날목지자의 의미를 하루빨리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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