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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욕설이나 거짓말 않기(불망어)

거짓말 일삼으면 비방 받는 숙명 면치 못해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 갚는다’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속담 가운데 하나다. 적절한 상황에서 현명한 방식으로 하는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세간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대로, 잘못 던진 말 한마디에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사례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한다. 가족 혹은 지인의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아 폭력을 행사하여 생명을 앗아버리는 사건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말의 중요성을 어떻게 강조하고 있을까.

일상 속 거짓말뿐 아니라
이간질과 아첨 등도 포함
망어는 10가지 과보 받아
바른말인 정어로 전환해야

불자들은 오계를 수지할 때 네 번째로 ‘불망어(不妄語)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한다. 올바르지 못한 말을 버리고 멀리할 것을 의미하는 불망어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된 말들을 포괄하고 있다. 거짓말뿐 아니라 이간질, 아첨, 흉 등에 이르기까지 진실에서 벗어난 말을 모두 아우른다. 실제로 말을 그럴듯하게 꾸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 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 양측을 이간질하거나 아상에 사로잡힌 상대방이 흡족해할만한 아부를 서슴없이 하는 경우도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들이 성행하고 있는 세태는 ‘뒷담화’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망어’들은 반드시 ‘진실’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거짓이라는 화살은 결국 활시위를 당긴 이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는 총명함으로 명성이 높았던 반면 장난기가 심해 거짓말로 사람들을 골려주길 즐겼다. 부처님이 계시는데도 “안 계신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자리를 비우시면 “계신다”고 하는 등 장난을 일삼았다. 이에 부처님은 라훌라를 부른 뒤 발을 씻은 물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 “더러워졌기 때문에 마실 수 없습니다.” 라훌라가 대답하자 부처님은 “너도 이 물과 같이 더럽혀져 있다. 그러하기에 지혜로운 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여 가르침을 얻지 못한 채 무명을 헤맬 것이다”라고 말했다. 거짓말의 과보에 대한 지중한 경책이었다.

부처님은 거짓말을 ‘도적질’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분율’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부처님 재세 시에 심한 기근이 발생하자 한 무리의 수행자들이 아라한의 지위를 얻지 못했음에도 마치 얻은 것처럼 행세하며 공양을 얻으려 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세상에는 두 가지 도적이 있으니 청정한 행이 아닌데도 청정한 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하나요, 입과 배를 채우기 위해 깨달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나머지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말에는 정법이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에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에 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대지도론’은 불망어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받는 과보를 10가지로 나눠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말할 때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선신이 멀리하여 악귀가 날뛰며 비록 진실한 말을 해도 남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또 어진 이들이 논의하는 자리에 끼지 못하고 언제나 비방을 받아 추악한 소문이 퍼지며 존경을 받지 못한다. 이밖에 근심이 많고 비방을 받는 업을 쌓게 되는 것은 물론 종국에는 지옥에 떨어져버리고, 만에 하나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비방 받는 숙명을 면치 못한다. 생을 바꾸어도 사라지지 않는 거짓말의 과보는 가히 무간지옥(無間地獄) 속으로 뛰어든 꼴이라 표현할 만하다.

불망어가 가진 의미는 팔정도 가운데 하나로 바르게 말하는 ‘정어(正語)’로 확장된다. 거짓된 말을 하지 않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바른 말로 전환시키는 것이 결국 마음과 생각을 바르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교율에 두루 밝았던 일타 스님은 “대승의 불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자세에 그칠 게 아니라 부드러운 말, 진실한 말, 부처님 가르침 등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어 속에 살면서 인연 있는 중생들에게 정어를 베풀어 불법을 닦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일갈을 남겼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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