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외아들을 키우며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재산을 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여러 설명이 필요 없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 불자들에게는 그가 정심화(正心華)라는 법명을 가진, 또 유명 선원이나 사찰의 불사에도 적극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독실한 불자였기에 그 감동은 더욱 컸었습니다.
당시 그 소식을 접하며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에서 “그 재산을 기왕이면 동국대학이나 중앙승가대학과 같은 불교계 대학에 기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는 ‘속된’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김밥 할머니의 너무나 아름다운 무주상 보시에 그 속된 생각은 이내 부끄러움으로 바뀌었었지요.
대학 측은 당시 김밥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그의 법명 정심화를 딴 재단을 설립하고,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이란 건물을 짓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기증 2년 후인 1992년에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기공식이 있었고, 그 3일 후 김밥 할머니는 지병이었던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무주상 보시행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순간을 지켜 본 후 ‘이제 할 일을 다 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신 것이겠지요.
그런데, 최근 충남대 측에서 국제문화회관의 이름을 다시 공모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충남대 측은 당초 이씨의 기증재산을 씨앗으로 삼아 그의 법명을 딴 학술회관을 짓기로 했지만 부동산 매각이 되지 않아 이씨의 기증재산이 아닌 국고로 건물을 완공했으므로, 건물 이름에 그의 법명을 붙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세상을 감동시킨 김밥 할머니가 보여주신 세상에 향한 아름다운 사랑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각박한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김밥 할머니의 돈이 투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건물이 기증자의 보시행으로 인해 계획된 일이고, 또 그 기증 재산의 소유자가 대학인 이상 기증자의 이름을 건물에 명명하는데 그리 인색할 수 있는가 라는 점에서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더구나 기부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충남대의 이런 결정은 기부문화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세상이 놀랄 만한 보시행을 한 김밥 할머니가 국제문화회관의 명칭에 당신의 법명이 붙느냐 붙지 않느냐에 연연할 분은 아니실 것입니다. 그러나 기증자의 이름을 살리는 것에 단순히 기증자를 기리는 뜻만 담긴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숭고한 뜻이 후대에 전해져 김밥 할머니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아지기를 바라는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1년 전 “기왕이면 불교대학에 기증하시지 않고…”라는 망상을 냈던, 그 부끄럽고 속된 생각이 제 의지와 관계없이 다시금 고개를 들지나 않을까 몹시 두렵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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