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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기랑(無風起浪)

보육대란 책임 정부에 있다

무풍기랑(無風起浪)은 바람이 없는데도 파도가 인다는 뜻이다. ‘완릉록(宛陵錄)’의 ‘달마서래(達磨西來) 무풍기랑(無風起浪)’에서 유래됐다.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것은 바람이 없는데도 파도가 이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불교는 인과를 말한다. 원인이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결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무풍기랑의 의미는 원인을 잘 살피라는 역설이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즉 “달마 스님이 서쪽에서 온 까닭은”이라는 의문이 화두로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이 결국 유치원에 지원되지 않았다. 우려했던 보육대란이 현실화됐다. 유치원 교사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유치원 운영이 기로에 섰다. 정부에서 주지 않은 돈을 학부모에게 대신 받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다. 무상교육이 법적으로 보장된 마당에 돈을 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보육대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책임소재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교육청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언론도 양비론을 펴거나,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정치권이 해결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파도가 고통스러워도 원인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 같은 파도를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다. 만 3~5세 무상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다.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된 후 정부 차원의 예산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만들어 시도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해 버렸다. 보육대란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육청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45%가 정부의 책임을 거론했다. 교육청에 책임이 있다는 대답은 27%에 불과했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보육대란의 원인을 명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무풍기랑을 넘어 시도 교육청을 파도의 배경으로 호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파도를 일으킨 바람의 진원지를 알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0호 / 2016년 2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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