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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0주기, 거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기자칼럼
  • 입력 2016.02.11 11:42
  • 수정 2016.02.11 11:43
  • 댓글 1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비디오아트의 유목민, 삶과 예술의 조화를 추구한 ‘플럭서스 운동’의 거장. 고 백남준 선생을 수식하는 수많은 어휘들은 그가 남긴 선의 굵기와 족적의 무게를 대변해준다. 지난 1월29일 타계 10주기를 맞았지만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고인의 작품들은 기계의 수명이 다하고 생산 중단된 부품 조달 문제로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그의 예술세계와 정신의 색은 오히려 더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10주기를 맞아 선생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봉은사에서는 10주기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주지 원명 스님을 비롯해 사중 소임자 스님들과 유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한 추모재는 불교계에서 들려온 그를 기억하는 유일한 소식이었다. ‘TV 부처’, ‘필름을 위한 선(禪)’ ‘테크니컬 부처’ 등 수많은 작품 속에 불교 사상을 투영해 온 작가는 동·서양의 사상의 조화라는 과제의 해법을 불교에서부터 찾아나갔다. 선(禪)불교의 영향을 받았던 스승 존 케이지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받은 영향도 컸다. 생전에 보여준 퍼포먼스와 작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고민들의 근저에는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불교적 안목이 진득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불교계에서는 생전의 그를 ‘불자 아티스트’라고 명명하고 세계적 불교 인사들을 거론할 때마다 가장 윗줄에 그 이름을 올리곤 했다. 발표하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불상의 모습과 그가 설명하는 불교적 시각에 대해서도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부처님 가르침에는 참으로 예외가 없다. 거장이 사라지고, 불교계의 관심도 조금씩 멀어지는 분위기다. 그나마 봉은사에서 매년 선생의 기일에 맞춰 추모재를 봉행해 온 것 외에 10주기를 맞는 우리의 자세는 그저 타자의 시선에 머물러 있다. 유가족을 비롯해 생전 고인과 각별한 예술적 공감을 나누었던 지인들이 봉은사 추모재에 참석해 준 것이 그나마 불교와 고인의 각별한 인연을 말해주는 마지막 끈인 듯 보여 씁쓸하기까지 했다.

▲ 남수연 부장
유수의 미술관들이 추모 10주기를 맞아 기념전을 준비하고 고인의 생전 퍼포먼스를 재연하는 등 거장의 예술세계를 다시 조명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불교에 대해 깊이 사유했던 작가의 내면세계 또한 더욱 깊이 있게 조명될 것이다. 하지만 그를 세계적인 불교인사, 대표적인 ‘불자 아티스트’로 손꼽았던 불교계는 너무 쉽게 인연의 끈을 접은 것이 아닐까. 거장을 대하는 불교계의 자세가 더없이 아쉬운 한 주였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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