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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몽상

서소문공원 순교성지 안돼

불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 전도몽상(顚倒夢想)이 있다. 전도(顚倒)는 바르게 보지 않고 뒤집어 보는 것이고 몽상(夢想)은 꿈이나 헛것을 현실이나 진실로 착각하는 것이다. ‘반야심경’에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 구경열반(究竟涅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전도몽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부처님의 세계인 구경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도몽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삼법인(三法印)을 알고 깨우쳐야 한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없으며 ‘나’라는 실체 또한 없다는 것을 체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에서 모든 고통의 뿌리는 바로 전도몽상이다. 고통의 시작이며 고통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렇듯 진리적인 차원에서 전도몽상도 있지만 우리사회는 탐욕과 승리를 위해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전도몽상 또한 차고 넘친다. 결점은 숨기고 장점만을 부각해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전도몽상도 있지만 거짓을 진실로 포장해 대놓고 강요하는 전도몽상도 있다.

2월17일 서울 중구 서소문공원을 가톨릭 순교자를 위한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착공식이 열렸다. 구한말 가톨릭 전래 과정에서 순교한 44명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4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소문 공원은 가톨릭 신자만이 처형된 곳은 아니다. 갑신정변을 주도했던 역사적인 인물들이 처형됐고 홍경래와 전봉준 같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어섰던 숱한 의인들이 유명을 달리한 장소다.

이런 장소에 단순히 가톨릭 신자가 처형됐다는 이유로 국비를 들여 가톨릭을 위한 기념공원을 짓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이곳에서 처형된 가톨릭 신자 중에는 외국에 조선을 침략해달라는 백서를 보낸 ‘매국노’도 포함돼 있다. 이는 삼일운동이 일어났던 탑골공원에 친일파의 기념관을 짓는 것만큼이나 국민을 욕보이는 행위다. 기념관이 완공되고 나면 서소문에 깃든 우리의 역사는 지워지고 매국했던 인물이 포함된 가톨릭의 성지로만 기억될 것이다. 정부와 가톨릭은 이제라도 역사와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가리는 전도몽상 행위를 멈춰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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