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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탄압대책위, 불자들이 공감할까

  • 기자칼럼
  • 입력 2016.02.25 19:32
  • 수정 2016.03.03 15:53
  • 댓글 45

2월2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2월24일 교계 일부 재가단체를 중심으로 한 조계종 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조계종이 인터넷매체인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취재 거부·광고 게재 중단 조치를 취한데 따른 것이다. 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는 출범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조계종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발제자들이 국내외 사례를 언급하며 언론의 역할과 자유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역시 언론인의 입장이기에 백번 공감이 가야 정상이겠지만, 공청회를 바라보는 마음은 공감보다 씁쓸함이 더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조계종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당한 두 매체가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잘 수행했기에 탄압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 발제자들의 논리였다. 더욱이 발제자들은 두 곳 외의 다른 불교계 언론들에 대해 ‘저널리즘’이 없거나 권력에 기대어 비판 기능을 상실한 언론으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누구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공청회는 발제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자리로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본인들의 몫이다. 그러나 좌장이 공청회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발언과 질문을 “수준 낮다”고 폄하하거나 참석자간 고성이 오가는 것을 수수방관하는 등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공식석상에서 발표된 발제문과 발제자 발언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인신공격에 가까운 주장이 나온 대목은 납득이 어려웠다.

출범식에 앞서 진행된 공청회.
공청회는 시간이 지날 수록 씁쓸함을 넘어 불편함을 야기했다. 우선 자격에 대한 부분이 요인이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종만 불교저널 편집장은 ‘조계종 자승 집행부의 언론탄압 원인과 목표’ 발제를 통해 “언론에 대한 인식이 저급한 정권은 언론탄압을 당연시 여긴다” “부도덕한 권력은 언론이 미운 법” “언론은 자유언론이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언론 탄압의 문제점을 거듭 강조했다.

타당한 발언임에도 그 발언의 주체가 김종만 편집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그가 몸 담고 있는 불교저널이 선학원에서 발행하는 기관지이며, 선학원은 법보신문에 대한 취재거부를 통해 그가 강조하는 언론의 자유를 이미 2년 가까이 침해해 오고 있는 언론탄압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김종만 편집장이 발제를 통해 자아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언론 탄압’을 언급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고 언론 탄압에 대해 이토록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그가 정작 선학원의 법보신문 취재거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 혹은 관점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편집장이 “부도덕한 권력”을 운운하며 언론 탄압을 부르짖을 만큼 정의로운 삶을 살았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1994년 불교신문에 재직하며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서의현 스님의 3선을 노골적으로 칭송하다 거센 비판을 받았고, 1998년 법보신문 기자들이 사주의 강압에 맞서다 해직돼 복직투쟁을 벌일 때 사주의 편에 서서 법보신문에 입사해 편집장을 맡았던 일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종만 불교저널 편집장은 19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가 서의현 스님 3선 저지를 위한 총무원 진입 시도에 대해 기명칼럼을 통해 “경악스런 추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4월6일자 신문에서는 ‘총무원장 의현스님의 3선 의미’라는 기사를 통해 “지도력과 추진력이 높이 평가돼” “숙원불사 성취에 뛰어난 수완기대” “의현 스님만한 총무원장이 없다는 게 지배적 견해” 등 노골적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불교신문은 서의현 스님이 물러난 뒤 4월27일자 1면 ‘사과의 말씀’을 통해 “정론직필과 파사현정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채 편파보도로 일관함으로써 불자여러분의 지탄을 받아왔던 점 뼈아픈 마음으로 참회드린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또 다른 불편함은 언론, 그 자체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좌장과 발제자들은 이날 “불교언론도 포교·홍보에 머물지 말고 비판 기능을 가져야 한다”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타당한 발언이다. 불교 언론도 언론으로서 사명감을 가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보신문이 특정 기관의 소속에서 벗어나 독립언론이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이유 또한 특정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비판과 권력 견제라는 언론의 역할에 보다 더 충실하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독립 당시 불교계의 격려와 지지도 적지 않았다.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은 바로 대중에게서 나온다. 언론은 대중의 여론을 대변하는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언론은 사회적으로 폭 넓은 자유를 보장받지만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도 함께 따른다. 기사의 목적은 공익에 기반해야 하며, 전달하는 정보는 명확하고 사실에 근거하거나 사실로 믿을 만한 정황상의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는 점은 그 책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반면 무분별한 의혹 제기나 과도한 일반화, 논점에서 벗어난 자극적인 문구 등은 언론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독약이다. 이는 조계종에 의해 ‘해종언론’으로 규정된 두 매체가 불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작성한 비판 기사들이, 외려 불자들의 신심을 멍들게 하고 불교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 비판기능에 충실하다는 두 매체가 끊임없는 범계의혹이 제기된 특정스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오히려 대변하는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책위 출범을 위한 공청회에서조차 공감보다는 두 매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라도에서 왔다는 한 불자는 불교닷컴·포커스와 관련 “언론은 기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자극적인 기사는 자제하고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내용을 담길 바란다”며 “지방에서 포교·신행활동을 하면서 이런 기사를 보면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 송지희 기자
해인사 소속 스님도 “조계종의 조치가 언론 탄압인지 대응인지 의문”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이를 비판하면 될 것이지 의도적으로 총무원장을 겨냥하는 보도의 행태는 오히려 언론이 종단을 탄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언론탄압공동대책위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불자들의 공감이다. 두 사람의 의견이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청회에서 2시간 가까이 출범의 이유를 들은 참석자의 공감조차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잔치’로 비춰질 여지도 적지 않다. 이제 막 출범한 언론탄압대책위가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공감대 형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인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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