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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기(啐啄同機)

총선, 어미닭 지혜 있어야

제자와 스승의 관계를 줄탁(啐啄)으로 설명한다. 줄(啐)은 부른다는 의미고 탁(啄)은 쫀다는 의미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가 알을 안팎에서 쪼아야 하는 것처럼 스승 제자의 관계가 그렇다. 따라서 줄탁동기(啐啄同機)는 제자의 화두가 익을 때를 스승이 잘 살펴 발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줄탁동기는 ‘벽암록’ 16칙 경청줄탁기(鏡淸啐啄機)에 등장하는데 내용은 이렇다. 어떤 스님이 경청 스님에게 물었다. “제가 안에서 쪼을테니 스님은 밖에서 쪼아 저를 도와주십시오.” 경청 스님이 말했다. “살아날 수 있겠는가.” 스님이 말했다. “살아나지 못한다면 스님은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경청 스님이 말했다. “형편없는 놈이로군.”

어떤 스님은 화두가 무르익지 않았는데도 경청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경청 스님이 아직 때가 아님을 알려줬는데도 알아듣지 못해 나무람을 듣고 있다. 병아리가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어미 닭이 알을 깨면 새끼가 죽는 법이다.

줄탁동기를 위해서는 병아리와 제자보다 어미닭이나 스승의 지혜가 더욱 요구된다. 어미는 새끼가 안에서 알을 쪼는지 면밀히 살펴야 하고 스승은 제자의 화두가 익었는지 알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4.13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들썩이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에 입성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정치의 꿈을 키웠던 사람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국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의원과 국민의 관계가 병아리와 어미닭 또는 제자 스승의 관계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은 줄탁동기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함량 미달의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 그들의 인생을 망치거나 나라에 큰 해를 끼친 예를 수없이 경험했다. 정치가 잘못되는 것은 정치인들의 책임이라기보다 국민의 책임이 더 크다. 어미 닭의 잘못된 결정은 알 하나의 희생으로 끝나지만 국민의 잘못된 선택은 나라와 국민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지혜로운 국민이라면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부패로 얼룩진 사람에겐 표 대신 경청 스님처럼 “형편없는 놈”이라는 쓴소리를 던져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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