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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이 보여준 진실의 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이 입장권 판매 수익 1위에 올랐다. 계속되는 예매 열풍에서 어느 정도 짐작되던 사실이지만,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시사회의 평가 중에는 완성도가 부족하다든가, 영화로서의 작품성에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상영 스크린의 확보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었기에 ‘혹시나?’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무엇이 이렇게 ‘역시나!’를 이룩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실’에 있다. 이 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그토록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눈감고 넘어가려 했던 역사적 ‘진실’을 국민들은 바로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에 팔아넘기려 한 그 ‘진실’을, 국민들은 슬프더라도 바로 보려 하는 것이다. 부끄럽고 화나고 창피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 부끄럽고 화나고 창피한 역사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역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진실’을 바로 드러내지 못함이며, 부끄러운 진실을 애써 감추거나, 호도하거나, 아니면 적반하장 격으로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하는 왜곡이 너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우선은 일제강점기 아래의 진실이 그러하다.

얼마 전 상영되었던 ‘암살’이라는 영화는 그 감춰졌던 진실의 일면을 흥미에 초점을 맞추며 드러내 흥행에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영화 한편이 몇 십 년의 친일파 숙청운동보다도 효과가 좋았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왜곡되거나 호도되었다. 그 다음 6·2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 아래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또한 감춰지고 호도되고 왜곡되었다. 분단 이후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남북의 갈등, 이념의 갈등 속에서 진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비록 조금씩 그 당시 진실들의 편린이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남북의 갈등과 이념적 대립 위에 자신들의 위치를 세우고 있는 집단이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려는 세력들에게, 이번 ‘귀향’은 또 한 번의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것이 대중들의 바람을 웅변으로 드러내주는 영화예술이라는 것을 통해 드러났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그 무기력증의 근저에는 진실과 정의를 가리는 극단적 양극화의 심화라는 근본 원인이 놓여 있다.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가릴까?” “이편이나 저편이나, 그게 그거지”하는 일종의 체념이 놓여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무기력증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 의식의 근저에는 그래도 무엇이 참인지를 알고 싶다는 열망이 더더욱 간절하게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진실이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낼 때 뜨거운 박수로 열렬한 호응을 보내는 것이다.

이번 ‘귀향’의 성공을 계기로, 우리 영화의 흐름을 한번 되돌아보자. ‘줄줄이’는 아니더라도, 정말 꾸준히 우리가 궁금해 했던 진실의 한 자락을 들추어내는 영화들이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겉보기에는 현실에서의 왜곡과 호도가 성공을 거두고, 그것이 대중들의 진실에 대한 불감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지만, 진실을 향한 뜨거운 갈증은 그럴수록 더더욱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열망이 정말 사회 현실을 바꾸고, 어느 누구도 진실의 소리를 가리지 못하게 하는 참된 힘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영화를 통해 발현되었던 진실에 대한 열망이,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현실을 바꾸는 힘으로 분출될 날이 올 것이다. 대중의 바람이 우리 사회에 참된 ‘진실’을 정착시키는 힘이 되는 날, 그 날을 향한 소중한 이정표로 ‘귀향’이 기억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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