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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아기의 작은 외침

스마트폰 영상에 빠져 무료함 달래는 아기엄마들

언제부터인지 우리 곁에 다가와 낯익어진 소리 그것은 ‘카톡’이다. 이젠 바로 옆에 있는 친구와도 카톡을 한다니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한순간도 견딜 수 없어 보인다. 1월 어느 날 동대구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집에 오는 중 ‘신문을 볼까 아님 그냥 편히 쉴까?’ 생각하던 내 시야에 아기를 안은 한 젊은 엄마의 모습이 들어왔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는지 앞좌석의 이 엄마는 스마트폰을 꺼내 갓난아기 뒷머리에 대고 열심히 터치하기 시작했다. 승객의 시선이 앞을 향하고 있으니 서있는 그 엄마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는데도 아기엄마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영상에 빠져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고 있다. 그 순간 보채는 아기나 아기 건강을 위협하는 전자파는 없고 오직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영상의 즐거움과 재미만 있어 보였다.

무심코 즐겨 쓰는 스마트폰
아이는 부모 행동 믿고 따라
전자파 등 악영향 끼칠 수도

만일 아기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엄마, 머리가 아파요! 제발 전자파로부터 내 머리를 보호해 주세요”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비로소 스마트폰을 접고 열차를 총총히 빠져나가는 아기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시계를 보니 40여분이 흘렀다. 과연 이 엄마는 아기 뒷머리에서 40여분을 사용한 스마트폰이 무해하다고 믿는 걸까? 하기야 어느 엄마가 아기의 뇌에 해롭다는 행동을 일부러 하였겠는가! 아기가 직접 한 것은 아니니 안심한 것이라 믿지만, 전자기기 재미에 빠져 그 부작용은 외면하는 인간의 무신경도 새삼 놀랍다.

최근 스마트폰과 ‘디지털 치매’의 연관성을 발표한 연구결과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어린이의 머리뼈는 성인보다 얇아 해가 더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 그래서 유럽은 10세 미만, 일본은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전자기기 사용을 아예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지능이 발달하고 똑똑해진다는 믿음으로 1세 영아의 손에도 스마트폰을 쥐어주며 오히려 권장하는 분위기다. 아이는 부모를 의지의 대상으로 믿기에 엄마가 하는 어떤 행동도 설령 그것이 자기를 해치는 일이 될지라도 무조건 믿고 따른다. 그래서 부모는 더욱 슬기롭고 현명한 판단으로 자녀를 돌보아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인간은 자신이 하는 일은 항상 옳고 바르다고 믿기에 남의 조언이나 충고보다는 욕망에 끄달리는 삶을 산다.

인간의 이런 심리적 약점을 잘 인지하신 부처님은 어떻게 정신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며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를 깨우쳐주셨는데, ‘맛지마니까야’에서 살펴본다.

“수행승들이여, 정신을 쓰고 있지만 정신을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은 어떠한 것인가? 어떠한 것들에 정신을 쓰면서 아직 생겨나지 않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번뇌가 생겨나고 이미 생겨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번뇌가 증가하고, 아직 생겨나지 않은 존재의 번뇌가 생겨나고 이미 생겨난 존재의 번뇌가 증가하고 있다면, (…중략…) 그것들은 정신을 쓰고 있지만 정신을 쓰지 말아야 할 것 들이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과연 제대로 정신을 쓰며 살고 있는지 혹여나 잘못된 길을 가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함으로 번뇌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고 숙고할 일이다. 부모가 누리는 감각적 쾌락이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도 갖가지 폐해와 번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과 이를 절제하는 것 역시 써야할 정신이 아니겠는가? 한 때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불행과 과보를 자초하지 않도록 사려 깊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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