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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기로 놓인 간화선…체계적 지도 절실”

▲ 조명제 신라대 교수는 한국불교를 “현 시대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대응할 만한 자기 인식도 없다”고 규정한 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간화선을 지목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한국불교 대표적 수행법인 간화선이 신심 약화와 교육체계 미비 등으로 사라질 기로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주력·위빠사나·염불 등의 수행법들이 재가신도는 물론 출가자들에게까지 널리 확산되는가 하면, 이 수행법들이 간화선이라고 오도되면서 간화선의 본질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교학연구회 겨울워크숍서
전재강 안동대 교수 주장
“스님 대다수 간화선 안 해
지도할 스승 없는 게 원인
간화성 지도 모형 만들어야”

이러한 주장은 불교학연구회가 2월19~20일 대구 동화에서 개최한 2016 겨울 워크숍에서 제기됐다. 이날 ‘간화선, 그 미래와 전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전재강 안동대 교수는 간화선이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수승한 수행법이라는 것을 전제한 뒤 최근 그 본질이 흐려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전 교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간화선의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며 “1년에 두 차례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결제가 이뤄지는 것은 부처님 당시의 전통을 그대로 이은 것으로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제에 들어가는 수행자 2000여명 가운데 500여명만이 간화선 수행을 하며 나머지는 주력·위빠사나·염불 등을 한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많은 수행자들이 남방불교나 티베트불교에 매료된 것은 화두에 대한 신심이 떨어져서 생긴 문제”라며 “더 큰 문제는 간화선이 아닌 이러한 수행을 간화선이라고 선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화선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한국불자들이 정작 수식관이나 백골관과 같은 초보적 수행을 중심으로 하며, 간화선 수행은 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전 교수는 여타 수행법이 가진 용이한 접근성, 빠른 효능 등을 들었다.

전 교수는 “간화선 수행은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거둘 수 없고 흥미도 오래 유지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다른 수행법들이 확산되는 현상이 초래됐다”며 “특히 간화선 이탈 현상 이면에는 간화선을 지도할 만한 스승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 있다. 이로 인해 간화선을 따라 배우고 수행할 수행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가자 수가 줄고 있는 종단 상황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간화선 지도자를 발굴해 체계적 지도 체제를 정비한 뒤 간화선 수행자를 별도로 모집, 이들에 대한 집중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간화선 수행처를 별도로 만들거나 지정해 간화선 지도자, 간화선 수행자가 모여 절차 모형에 따라 수행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체계적 수행이 제대로 이뤄져 간화선 수행의 좋은 실상이 알려지면 작금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간화선,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조명제 신라대 교수는 한국불교가 “현 시대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규정한 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간화선을 지목했다. 조 교수는 “선은 개별 사물의 특수한 양식·의미·내실을 사회적·역사적 무게로 구명하지 않고 오로지 본근의 획득만을 중시하므로 복잡한 다층적 현실의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인간 실상의 궁극을 살피지 못하는, 이른바 선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중국 송대 사상사에 있어 새롭게 발흥한 주자학에 의해 불교가 몰락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현재 한국불교계에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조 교수는 “불교인들은 모든 문제를 개인 차원의 것으로 환원하며 사회현실에는 눈을 감거나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초월적인 방식의 전통적 수행을 제시하고 있다”며 “인간적 삶의 내면적 사실에 대한 논증을 차원이 다른 대상적 세계까지 확대·적용하고, 개인의 내면적 자각의 성취나 완성만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를 해석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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