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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자료 정리정돈 방법

자료를 목적별·영역별로 세분화해 분리하라

얼마 전 동국대에서 스님들을 대상으로 ‘설법스피치와 글쓰기 기술’이라는 특강을 하던 중 한 스님이 질문을 했다. 설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화를 찾지 못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늘 고민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해답은 ‘독서’라고 말했다. 사실 그 길밖에 없다. 읽어야 길이 보이고 보이는 것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재료를 가공하는 목적과 수단이 달라진다. 자료 활용 여부에 따라 그 가치와 그 감동이 하늘과 땅 차이다.

필요한 예화·자료 원한다면
평소 독서하는 습관 가져야
스스로 기준 세워 정리하면
필요한 부분 찾아쓰기 용이

디지털시대 이전에는 노트 필기, 스크랩, 독서카드를 만들어 보관하는 식이었지만 요즘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필기와 독서카드 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량이 늘어나 보관이 어렵고 분실 우려도 크다. 스크랩은 습기에 약해 변질되거나 스크랩북에 달라붙어 문장이 소실되기 일쑤다. 법회 팸플릿 등 관련 자료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폴더 안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글을 쓰며 자료보강이 수월하고 사진자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미지를 통해 또 다른 상상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먼 훗날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는데도 도움을 준다.

설법 자료를 정리분석하면서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고승의 말씀이 대부분 난해하다는 점이다. 한 단락이 원고지 5매 분량에 달할 경우도 있고 만연체 문장이 수두룩하다. 글로 이해하기도 힘든 내용을 과연 스피치로 가능할까? 몇 번씩 반문했다. 아날로그 시절은 그랬다 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닌 설법자료를 후대에 전승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이는 종교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전승되는 설법 자료들은 해석학의 이론이 적용된다. 한마디로 불명료한 것을 명료하게 바꾸는 이론이다. 해석의 과정은 문맥을 설명하는 것이고 문체는 구어체이다. 숨겨진 의도와 맥락을 찾아내 설명하는 해석의 순환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예화이다. 설명의 합리성과 지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예화는 각종 문헌과 특별한 경험을 지렛대로 삼는다. 문헌과 경험의 영역은 역사, 철학, 자연, 과학, 예술작품 등의 소재, 기호, 상징체계를 모두 말한다.

무한한 공간의 다양한 소재와 기호를 하루아침에 일관성 있게 정리하기는 힘들다. 천릿 길도 한 걸음부터. 그 첫걸음이 자료수집의 시작이다. 글쓰기와 스피치 전문가의 공통점은 자료정리를 생명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폴더 정리를 잘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 성품만큼이나 컴퓨터 바탕화면도 일목요연하다.
나는 ‘작업 중’ ‘강의’ ‘외부특강’ ‘외부연재’ ‘논문과 저서’ ‘학회’ 등 대주제로 나누고 그 폴더 안에 ‘글’ ‘사진’ 영역으로 나눠 원고와 자료를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이 키워드 범위는 개인적 활동 반경을 모두 커버한다. ‘작업 중’ 폴더는 일주일 안팎의 시간을 다투는 프로젝트임으로 이메일함과 USB에 동시에 저장한다.

설법의 경우 폴더를 ‘희망’ ‘참회’ ‘탐욕’ ‘마음’ ‘부처님의 생애’ 등 키워드로 내게 맞게 만들고, 출처와 날짜를 기입해 둬야 정확한 설명과 계절 및 청중의 특성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은 처음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자료가 축적되면 나만의 도서관을 구축해 글쓰기 작업의 든든한 동행자가 된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열네 살 인쇄공이던 시절 ‘잔 다르크 전’의 일부가 적힌 종잇장 하나에서 전율을 느끼며 소설가를 꿈꿨다. ‘셜록홈즈 신드롬’을 만든 작가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은 ‘주홍색의 연구’에서 “이론가는 한 방울의 물에서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일단 정리하다보면 자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의 구별도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불현듯 스파크를 일으키는 ‘한 마디’ ‘한 문장’ ‘한 컷’이 감동 스토리로 발전한다. 생명력 있는 스토리의 근원은 자료정리 습관에서 비롯된다. 마음의 정리정돈과 자료의 정리정돈은 동의어인 셈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34호 / 2016년 3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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