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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봄 재촉하는 탁발 마라톤

부산은 3월이 가장 춥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어느 지역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3월의 첫 월요일, 모자와 두루마기도 없이 손수레 하나 들고 거리로 나선 스님이 있다. 수레에 걸린 ‘탁발 마라톤’이라는 안내 글이 그나마 현재 수행 중인 스님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할 뿐이다. 어떤 홍보문구나 스님의 안전을 염려하며 뒤따르는 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스님은 홀로 걷고 또 뛴다. 다가가서 물으면 그 때서야 스님은 말한다. 네팔의 지진피해 지역 복구를 위한 염원을 담아 달리고 있다고 말이다.

마라톤 주인공은 진오 스님이다. 이주노동자, 탈북청소년을 위한 지원사업과 네팔과 베트남 오지마을에 시설 지원사업을 전개하는 ‘꿈을 이루는 사람들’ 대표다. 스님은 ‘마라톤 수행자’로 유명하다. 항상 기간과 코스를 정해 놓고 마라톤을 할 때마다 한 가지 발원을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를 실천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1차 평창 월정사, 2차 해남 대흥사 코스를 달리며 베트남 해우소 불사를 실천했다면 이번 3차 마라톤은 온전히 네팔 지진피해 지역 복구를 위한 지원금 마련을 발원으로 내걸었다. 코스는 범어사를 비롯한 부산지역을 선택했고 모금 목표액은 1000만원이다. 3월11일 현재 스님은 60% 가량 목표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 스님이 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더 많았다. 홍보가 너무 미비한 것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스님은 “탁발은 강요가 아니다. 인연이 닿는 분들이 도움을 주시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모금보다 거리에서 만나는 단 한 분이라도 지난해 큰 아픔을 겪고 아직도 피해지역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네팔의 피해 주민들을 생각하자는 것이 가장 큰 취지”라는 설명이었다. 그나마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를 통해 2시간 마다 스님의 현재 위치와 근황을 소개하며 소통 창구는 열어 뒀다. 을숙도에서는 거리서 만난 마라토너들이 즉석에서 주머니를 뒤져 후원금을 모아 주는가 하면 늦은 시간 도량을 찾아와 쌈짓돈을 주고 사라진 불자도 있었다.

▲ 주영미 기자
“부산지역 마라톤 전문가 도움으로 코스를 정하고 각 구역의 주요사찰로 숙소를 정했습니다. 가능한 일정에 맞추려고 했지만 오르막길과 골목이 많아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됐어요. 대신 갈맷길 비경과 마주했고 동래향교, 충렬사, 우장춘 기념관 등에서 새롭게 부산 역사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부산은 불심이 살아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앞으로도 쉼 없이 달리며 나눔과 회향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게 웃는 진오 스님. 스님 걸음걸음이 얼어붙은 꽃망울을 틔워준 덕분일까. 스님의 3차 탁발마라톤 회향에 맞춰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도 잦아들었다. 네팔 피해지역에도 이 봄소식이 속히 전해지길 염원해본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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