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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조치 철회할 출구 찾아야

기자명 이중남

북한은 지난 1월6일 수소탄 실험을 했고, 한 달 뒤인 2월7일 전격적으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발사해 위성 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그 이튿날은 설날인데도 불구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긴급히 소집되어 대북 규탄 결의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국회 본회의 역시 연휴 마지막 날인 2월10일에 소집해 찬성 243표, 기권 5표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가결했다. 국회 본회의가 휴일에 의결을 한 것은 대한민국 의정사상 처음이라고 하니, 사안의 중대성은 여실히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북한이 쏘아 올린 그 물체는 오늘까지도 매일 17바퀴씩 위성궤도를 돌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미사일은 개념 자체로 한 달 넘게 지구를 도는 물건이 아니므로, 그것을 ‘미사일’이라고 단정했던 견해는 날이 갈수록 의심을 사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에 위성 운영능력이 있을 리 없다는 전제 하에, 북한의 위성 발표는 미사일 실험의 위장에 불과하고 지금 위성궤도를 돌고 있는 것은 우주쓰레기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우주정찰 당국은 한미와는 전혀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각종 정보를 분석한 결과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광명성 4호는 지구관측용 위성이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북한은 처음부터 그렇게 공언해 왔다. 만일 러시아 당국의 분석 결과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그새 인공위성 발사와 운용능력을 모두 개발·보유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감추지도 않았는데, 한미 양국은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았던 셈이 된다.

정보실패의 원인이 단지 과학기술 능력 부족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할 여지가 있지만, 편견이나 잘못된 상황 판단 때문이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는 21세기 현재 미국의 우주항공분야 과학기술이 러시아에 비해 열세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만일 이것이 정보실패로 판명난다면 원인은 편견과 잘못된 판단 탓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2월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개성공단 전면폐쇄를 결정했다. 폐쇄 조치 당일, 통일부장관은 작년을 기준으로 연간 1320억원이 투입되었는데 그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되는 임금의 70% 가량이 서기실과 당 39호실을 통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매년 전용되어 왔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며칠 뒤 국회 외교통일위 현안보고에서 그는 정부가 전용 근거를 갖고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와전이라고 말을 바꿨다. 같은 날 그가 언급했던 당 39호실이라는 조직은 이미 4년 전에 김정은의 지시로 폐지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어설픈 정보와 판단에 근거한 조치로 개성공단 입주업체 124개 직원 1000여명과 북한 노동자 5만4000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고, 개성공단에서 산출되던 연간 6000억원의 완제품 관련 상품시장과 노동시장도 함께 사라졌다.

지난 2~3년간, 중국은 북한과 신의주 경제합작특구 10개년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고 러시아는 3500km에 달하는 북한의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착수되던 처음 생각대로였다면, 개성공단은 지금쯤 1000만평으로 확대되었을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맡고 있는 사업도 남북이 함께 수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어쩌면 갈라진 두 집단이 화해하고 민족의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단계에 와 있었을지도 모른다.

개성공단 폐쇄는 경제 논리에 입각해 봐도 명백히 손해고, 통일이라는 지상 과제에 비추어 보면 치명적인 실책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그 다음날 당장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언한 터이니 기왕의 조치를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폐쇄 조치를 철회할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중남 젊은부처들 정책실장 dogak@daum.net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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