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치유로 명상 권유
간화선·위빠사나·호흡
짧아도 꾸준해야 효과
“지계로 자기변화 유도”
최한식(53) 변호사는 아나빠나사띠를 한다. 들숨(아나)과 날숨(빠나)을 놓치지 않고 항상 챙기는(사띠) 수행으로 흔히 ‘붓다의 호흡법’이라 불리는 명상이다. 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부좌를 하고 코끝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공기 알갱이의 들고 남을 알아차린다.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을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성냄이 치밀어오를 때에도 ‘내 마음이 성내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게 되고 그러면 어느새 마음은 평온을 유지하게 된다. 늘 지계하며 수행하는 삶을 실천하겠노라 다짐하며 호흡명상을 한다.
명상이 붐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휩쓸려 피곤하거나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심신 안정이라는 치유 목적으로 관심이 높다. 그러나 넘쳐나는 프로그램으로 혼란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고 일회성에 그쳐 수행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명상상담연구원장 인경 스님에 따르면 사전적 의미의 명상은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함’이다. ‘차분한 마음’은 선정과 연결되고, ‘깊이 생각함’은 지혜 작용이나 화두참구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간화선도 화두명상으로 명상의 한 종류다. 명상에서 ‘명(暝)’은 ‘어둡다 깊다. 고요하다’이며 ‘상(想)’은 ‘생각하다’는 뜻이다. 명상을 굳이 분류하자면 걷는 행위를 명상할 때는 걷기명상, 호흡을 주제로 하면 호흡명상, 화두를 중심으로 하면 화두명상(간화선), 몸의 느낌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명상 등이 있다.
유념할 점은 이런 명상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듯 명상으로 얻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계속 공급해야 마음의 안정과 고요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지도론’에서도 “부처님 가르침은 수행을 귀히 여기고, 수행하지 않음을 귀히 여기지 않는다”며 “오직 능히 애써 수행하면 깨달음에 들어간다”고 일상수행을 강조했다. 나아가 매일 경전 읽기를 병행할 경우 부처님 가르침과 명상에서 얻어지는 고요함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하루 10분 이상 명상은 단순한 치유 목적뿐만 아니라 불자로서 실천해야할 덕목이다.
간화선과 위빠사나를 20년 이상 병행한 지리산 연암토굴 도현 스님은 “가뭄 들어 갈라진 논바닥 틈으로 물이 새어 들어가 논 전체가 촉촉이 젖는 것처럼 내게 여유가 생기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나온다”며 “이것이 세상을 이익케 하는 수행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명상지도자협회에 의하면 명상의 효과는 여러 가지다. 생각과 감정에 빠지기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살펴보면서 생로병사 등 괴로움과 역경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하는 힘을 준다. 뿐만 아니라 가치관 성장과 세계관 확장으로 이어져 세상과 공존하면서 자신의 가치로서 의미 있는 삶을 구현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지혜를 얻기도 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명상일지와 점검, 지계가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명상이 몸과 마음에 쌓인 그릇된 습관을 하나씩 걷어내는 과정이라면 실천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명상의 주제를 정하고 실천여부를 체크하며 경계에 부딪힐 경우 이를 메모해 놓는 게 좋다. 인연 있는 스승이나 전문가들에게 점검 받고 잘못된 부분은 참회하고 발원을 새로 해야 한다.
계율을 꾸준히 지켜 마음을 선한 쪽으로 향하게 하여 망설임 없이 번뇌를 차단하는 바탕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계율학 전공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는 “행동이나 생각을 돌아보며 적극적으로 교정해가는 작업이 계율”이라며 “이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실질적 자기변화는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정신집중 놀이가 아닌 심신치유와 자기변화를 위한 자기계발로서 명상이라면 심신에 붙어 있는 습관을 먼저 체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비해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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