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 노보살님의 눈물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3.14 17:32
  • 수정 2016.03.14 17:33
  • 댓글 0

선방을 다녀오고 처음 맞이하는 초하루라서 마음이 분주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분들이라 서로 얼굴도 마주치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려고 여기저기를 살핍니다. 공양을 마치고 찻집에 왔는데 저 한쪽 구석에 두 노보살님이 반대편을 보고 나란히 앉아계십니다. 두 분 모두 수행에 대한 열정이 많으신 분들이십니다. 한 분은 부산에 계시고 한 분은 울산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3시간 넘게 공부하러 오십니다. 서로가 친구로서 늘 함께하는 분들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 반가워하시는데 부산 보살님이 친구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 반대로 절에 다니는 것
걱정하는 노보살 대화 들으며
평생 가정 위해 희생해 왔던
어머니들의 고마움 새삼 느껴

오늘 아침 집에서 나오면서 거사님에게 혼나셨다고 합니다. “자꾸 공부하러 가려면 아예 집을 나가라”고 하신 모양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울산보살님이 복받쳤는지 서러운 눈물을 흘리십니다. 옆에 부산보살님은 어떻게든 위로해 보려고 큰 소리로 보살님을 바보 같다고 익살스럽게 말씀하시지만 눈가에 눈물이 흐릅니다.

보고 있는 저는 휴지라도 드리고 싶은데 서로가 모른척하며 애만 태웁니다. 울산보살님은 스님만나 공부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합니다.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합니다.

부산보살님은 어떻게든 절에 공부하러 가기 위해서 지혜를 짜냅니다. 절에 공부하고 집에 가면 미리 거사님 들으라고 “나만 잘하면 집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배웠다”고 말한답니다. 남편의 불편함은 나의 탓이라고 돌리는 거지요. 그럼 거사님은 절에 열심히 다니라고 한답니다. 매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거사님도 절에 가는 것은 반대하지만 보살님이 절에서 마음공부를 하고 집에서 잘하는 것을 보고는 이제는 오히려 절에 가서 공부하고 오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울산보살님도 비슷한 성격의 거사님을 모시고 있답니다.

한 번씩 가는 것은 좋은데 최근에는 일주일에 두 번을 부산에 오셨답니다. 그러니 거사님이 화가 났나봅니다. 부산보살님이 일주일에 한번만 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더니 세 번 중  두 번은 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공부에 대한 열정이 높습니다.

두 분의 대화와 눈물을 보고 참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거사님 뒷바라지했는데 아직도 거사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모의하시는 두 노인을 보고 지혜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가 부처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나누는 모습은 책에서 보던 도반의 모습이었습니다. 서로 보기만 해도 소녀시절의 친구 모습 그대로입니다.

남편은 젊어서 바깥생활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쉬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가정의 모든 일은 부인에게 맡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일을 내려놓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편들은 부인에게 의지하고 평생 집을 지킨 부인들에게 자리를 지키기를 원합니다. 남편은 은퇴 한 이후에도 부인이 쉬어야 할 시간까지 방해합니다. 그럼에도 부인들은 그것을 다 받아들이고 때론 섭섭해서 울기까지 하면서도 인내합니다.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새삼 느낍니다.

▲ 하림 스님
미타선원 주지
대지가 무한한 생명을 길러내듯이 부인이자 엄마의 마음도 모든 생명을 말없이 길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거사님들에게 물어보면 뭔가 그러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에게 큰 소리는 치지만 아마 지금쯤 속으로 보이지 않는 반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눈물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노인의 눈물도 젊은이의 눈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많이 남지 않은 인생 서로 웃는 모습으로 볼 날도 많지 않은데 부디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합니다.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