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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귀근(落葉歸根)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귀향

육조 스님이 열반에 들기 전 대중들이 울며 세상에 더 머물러있기를 간청했다. 이에 육조 스님이 말했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신 것은 열반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것이다. 오면 가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몸 또한 반드시 가야한다.”

그러자 대중들이 물었다. “스님께서 지금 가시면 언제 오십니까?” 육조 스님이 말했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내가 오더라도 아무 말이 없을 것이다.”

‘육조단경’ 부촉품의 내용이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은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낙엽은 결국 뿌리로부터 시작됐다. 현상이든 삼라만상이든 결국은 근원으로 돌아간다.

영화 ‘귀향’이 개봉 4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실화를 담은 이 영화는 7만 명의 국민들이 기금을 보내고 배우들의 재능기부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14살, 솜털 같은 조선의 소녀들을 끌고 가 전쟁터에서 성노리개로 삼다 패망 직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집단으로 학살했던 일본의 만행을 사실성 있게 담아냈다.

영화는 할머니들의 삶만큼이나 굴곡졌다. 투자가 끊겨 완성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극우세력의 방해와 협박도 있었고 흥행 또한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국민들은 아픈 역사를 잊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은 바로 우리의 삶이었고, 끌려갔던 소녀들의 피눈물은 우리의 피눈물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일본정부로부터 10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며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국민을 협박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순간에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고교 교과서 77%가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독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고 있다.

진실은 결코 거짓으로 덮이지 않는다.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은 아직도 귀향하지 못했다. 낙엽이 왔던 뿌리로 돌아가듯이, 소녀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마도 대다수 고인이 돼버린 소녀들의 귀향은 고향이 아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일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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