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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 원영이와 침묵하는 종교

신원영(7)군은 이제 말이 없다. 침묵이다.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숨졌기 때문이다.

천륜을 뿌리째 흔드는 사건 탓에 사회적 충격은 컸다. 언론들은 앞 다퉈 자녀 체벌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웃들의 무관심, 사회시스템 부재, 가정 해체 후유증 등 원인 분석에 이어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끊임없다. 실제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0년 5657건이던 아동학대 사례는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으로 4년 사이 70% 이상 늘었다. 친부가 딸 시신을 방치한 사건, 아동학대에 시달린 11세 소녀가 ‘맨발 탈출’을 한 사건, 생후 3개월 된 딸을 다치게 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등 시선 두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 단위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섣불리 종교계가 가타부타 말을 꺼내는 일은 조심스럽다. 불교계가 정작 아동인권 분야에서 취약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불교계엔 미혼모와 부자가정 생활시설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곳들이 몇 군데 있다. 부모와 함께 아이들 인권도 챙기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동학대가 1만건이 넘어가는 현 사회구조 속에 턱없이 부족하다. 불교적 해법이나 담론, 실천과제를 설정하는 논의구조도 찾아보기 힘들다.

올 초 환경과 노동, 인권을 아우르는 화쟁네크워크 구성으로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한 조계종도 잠잠하다. 과거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 등 5대 결사를 천명했지만 선언에만 그치기도 했다. 생명화두는 자살, 낙태, 채식,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가 가능하다. 여기에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아동인권도 빠질 수 없다.

원영이를 돌봤던 지역아동센터는 비극을 막기 위한 개입 필요성을 기록했다. 비록 ‘늦어버린 외침’이 됐으나 불교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여기 있다. 불교계 시설을 찾는 아동들과 지도교사에 대한 아동인권교육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운 이유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3월 중 아동·청소년·보육시설을 지도점검한다. 시설 종사자 연수나 교육일정도 있다.

▲ 최호승 기자
아동인권을 유린하는 학대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1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학대당하는 고통을 사회에서 외면하긴 어렵다. 이제는 불교계의 산하 복지시설이라는 제한된 사회 안전망 시스템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아동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종영된 ‘응답하라 1988’은 윗집 아랫집 옆집이 식사시간에 서로 반찬을 나누는 모습으로 이제는 희미해진 ‘따뜻한 관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국민들이 불교계에 바라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은 매년 5월에 있다. 불교계의 외침이 늦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원영이의 ‘늦어버린 외침’은 침묵으로 돌아왔기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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