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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괴로움의 반전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3.22 09:59
  • 수정 2016.03.22 10:00
  • 댓글 0

삶은 우리를 일깨워주기 위해, 인생 곳곳에 매우 도움이 되는 이로운 시나리오와 장치들을 배치해 두고 있다. 그것을 나는 두 가지 이로운 점이라고 하여 숫자 2를 앞에 써서 ‘2로움’이라고 부르곤 한다. 우리 삶을 일깨워주기 위한 이(2)로운 장치는 바로 ‘외로움’과 ‘괴로움’이다. 이 2로움을 거부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때 우리 삶은 더욱 성숙해지고, 삶의 진실과 가까워진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 잠시 홀로 존재하는데서 오는 외로움이 깃들기도 무섭게 바로 거부해 버리고, 괴로움이 올 때 빠져나가려고 안달한다.

‘2’로움, 삶에 고통주지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우리 삶 성숙하게 이끄는
깨달음과 성장의 원동력

놀라운 것은 그런 외로움과 괴로움을 거부하던 습관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반짝반짝 빛나는 놀라운 삶의 반전들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2로움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삶에는 가슴 뛰는 열정과 새로운 것들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로움 안에는 깨달음과 성장이라는 장엄한 반전이 내포되어 있다.

외로움이야말로 나를 가장 나답게 해 주는, 내 근원에서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독자적인 힘과 지혜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신호이자 메시지다. 외로움을 충분히 경험해줄수록 우리는 더욱더 내가 무엇을 원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내면의 진리를 찾게 된다. 온전히 홀로 존재하는 텅 빈 시간, 그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기대어 굳건히 두 발로 서는 순간 비로소 우리 내면의 무한 가능성의 본래적인 나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외로움과 함께 또 다른 놀라운 깨어남의 교재는 바로 괴로움이다. 영화에 괴로움의 장치가 없을 수 없듯이, 역경 극복을 통해 성숙과 깨달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이라는 연극의 클라이막스다. 부처님께서도 이 세상을 인토(忍土)라고 하셨듯이, 주어진 고통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 그것을 통해 깨달아 가는 것이 인간계의 주된 과업이다.

고통은 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진짜라고 생각하면, 괴로움이 나를 집어삼키게 된다. 바로 그때 괴로움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그러나 두려움을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것은 힘을 잃고 만다.

그 고통의 목적은 무엇일까? 고통은 내가 그리 미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적은 더더욱 아니다. 고통을 가장하여 나타난 나를 깨닫게 해 주기 위한 수업방식인 것이다. 고통을 통해 지혜를 깨닫고, 자비를 깨닫는 것이다. 아무도 패자가 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승리하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그것이 외로움과 괴로움의 목적이다.

우리가 그렇게 밀쳐내려고 했던 외로움과 괴로움이라는 두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사실은 우리 내면을 일깨우는 지혜와 자비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고독과 고통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 안심해도 좋다. 삶은 언제나 완성되어 있으며, 우리를 돕고 있고, 우리는 언제나 안심해도 되는 존재다! 그러니 자신의 삶을 믿으라. 인생을 깊이 신뢰하라. 고통처럼 보이거나, 고독처럼 보이는 것들이 찾아오면 그들을 향해 감사한 마음으로 미소를 보내주라.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인생의 행복하던 시기는 학교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과 같고, 고통이나 고독이 찾아오는 시기는 잠시 쉬는 타임을 끝내고 이제부터는 고(苦)를 통해 배우는 액티브한 수업시간이 시작되고 있는 것과도 같다. 쉬는 시간보다 좀 힘들더라도 수업에 매진할 때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삶도 평안할 때보다 고통과 고독의 시기에 더 많이 깨닫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삶에서 외로움과 괴로움이 찾아오는 이로운 순간들을 두 팔 벌려 껴안아 주라. 달아나는 대신 가슴을 열고 허용해 주라.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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