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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월 연등풍속과 장(醬)

기자명 김유신

3월16일, 음력 2월8일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출가재일이다. 또 3월23일, 음력 2월15일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열반재일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양 재일 사이의 일주일을 정진주간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세시서인 ‘형초세시기’에 보면 “2월8일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로 팔관재계를 지키며 보개로 치장한 차와 색색의 등으로 이 날을 즐겼고, 당일 아침에는 향화를 들고 성 주위를 한 바퀴 돌았는데 이를 행성(行城)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2월8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여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연등이 국가적 의례였다면
민간에서는 ‘영등’ 모셔
‘삼국사기’ 장 최초기록
2월 탑돌이 설화에도 등장

우리나라에서도 고려는 물론 조선 초기까지 해마다 2월이 되면 스님들이 경전을 가마에 모시고 염송을 하면서 도성 안을 두루 다니며 안녕을 기원했던 ‘가구경행(街衢經行)’ 풍속이 있었는데 이 또한 2월 연등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2월을 기념해 연등하던 풍속이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시행한 국가의례였다면 민간에서는 ‘영등’이 있었다. 민간에서는, 특히 바다와 인접한 해안가나 섬 지방에서는 2월 초하루를 ‘영등날’ ‘영등할미날’ ‘제석할머니날’로 여겨 풍어와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러왔는데 영등은 바람신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2월은 바람이 거칠게 부는 대표적인 시기여서 이때를 기려 무사안녕을 기원한 것인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2월조에 “영남지방에서는 집집마다 신에게 제사하는 풍속이 있는데 이를 영등이라 한다”고 했다.

또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제주 풍속조(濟州 風俗條)를 보면, “2월1일에 귀덕(歸德, 지금의 한림), 금녕(金寧, 지금의 구좌읍) 등지에서 목간(木竿) 12개를 세우고 신을 맞아 제사했다. 애월리(涯月里) 사람들은 떼배에 말머리 모양을 만들고 채색된 비단으로 꾸민 약마희(躍馬戱)를 함으로써 신을 즐겁게 한다. 이 행사는 15일에야 끝나는데, 이것을 연등(燃燈)이라 했다”고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2월에 국가적으로는 연등을, 민간에서는 영등을 모셨는데 이들 모두 불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삼국유사’의 ‘김현감호(金現感虎)’ 설화에 보면 신라 풍속에 매년 2월 초파일부터 보름까지 경주에 사는 남녀들이 흥륜사(興輪寺)에서 탑돌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탑돌이 기간이 정진주간과 일치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설화내용을 보면 원성왕 때 김현(金現)이란 사람이 탑돌이를 하다가 호랑이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오빠들을 대신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호랑이처녀가 김현에게 말하길 자신을 죽여 공을 취할 것과 자기 발톱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흥륜사의 장(醬)을 바르고 절의 나발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요즈음에도 상처를 입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된장과 간장을 바르는 민간요법이 있는데 효과유무를 떠나 그 역사는 정말 오래된 처방임을 알 수 있다. 

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 신문왕조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보내는 납채(納采)에 장(醬)과 시(豉)가 품목으로 명시된 것을 들 수 있다. 장은 지금의 된장, 시는 메주를 말한다. 메주와 된장은 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데 콩은 만주가 원산지이고 만주는 부여와 고구려, 발해의 땅이었다. 만주어로 ‘미순’, 우리말로 ‘메주’, 일본말로 ‘미소’가 비슷한 발음을 갖는 것에서도 메주와 된장의 기원이 어디임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기록에도 메주는 만주에서 가져왔다고 하니 메주와 장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하겠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36호 / 2016년 3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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