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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보살도 실천한 국회의원

‘녹색평론’에 전진한 거사 소개
약자 위해 헌신했던 참 정치인
우촌 닮은 불자의원 출현 기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중요한 선거지만 언론에서 인물 됨됨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야 모두 이해관계에 얽혀 연일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공천 여부와 비례대표 순번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더라도 정치철학이나 비전 제시 없이 줄서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건 대한민국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출간된 ‘녹색평론’ 3·4월호(통권 147호)에 소개된 우촌(牛村) 전진한(錢鎭漢, 1901~1972) 거사는 국회의원들의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자유협동주의 이념’이라는 특집 글에서 “청렴하기 이를 데 없었고 신념과 원칙이 분명한” 우촌에 대해 논했다. 국회의원과 사회부장관, 노동당을 창당했던 그는 국민의 80% 가량이 농민과 노동자였던 시대에 이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김 발행인은 우촌이 주창한 ‘이익균점권’에 주목했다. 이익균점권은 제헌헌법 18조 2항에 포함됐다가 군사정권 때 삭제된 내용으로 ‘노동력=상품’이라는 19세기 관념을 뛰어넘는 획기적 경제사상이다. 우촌은 “노동을 상품으로 간주해 자본에 예속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자본가가 돈을 출자했다면 노동자는 자기의 ‘노력’을 출자한 또 하나의 자본가다”라고 선언했다. 노동자도 출자자로서 자본가와 대등한 관계이므로,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고르게 나누는 것이 정당하다는 ‘균점(均霑)’이론을 펼쳤다. 김 발행인의 평가대로 ‘노동자=임금노예’라는 진부한 공식이 균점의 명쾌한 논리로 단번에 척결된 것이다.

우촌은 경북 문경의 극빈 가정 출신이다. 고학으로 일본 와세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귀국 후 항일운동에 투신했다. 일경을 피하는 과정에서 효봉 스님, 한암 스님과 인연이 닿아 참선수행에 전념하기도 했다.

해방 후 우촌은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제헌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노동자의 경영참여권과 이익균점권을 발의했다. 노동법 제정에도 앞장섰으며, 1950년대 중반에는 자유협동주의 실현을 위해 노동당을 창당했다. “정치는 부업이고 참선이 본업”이라고 말하던 그는 후두암으로 생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마지막 순간 “노동자로 이 세상에 왔다가 노동자로 돌아간다”는 말과 함께 “삼천대천세계 활활투탈(闊闊透脫)”이라는 말을 남기고 파란만장한 삶을 마무리했다.

‘노동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우촌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면서도 전체의 협동이 유지되는 자유협동주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애썼다. 또 정치적으로 외국간섭이 없는 독립정부를 수립하고, 경제적으로 착취와 대립이 없이 균등하고,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국하고자 했다. 우촌을 깊이 연구한 이흥재 서울대 법학과 교수가 “우촌은 동체대비사상을 온 몸으로 넓고 깊게 펼친 대승보살도의 실천자”라고 극찬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 이재형 국장
불교계로선 불자 국회의원이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소수라도 불교적 가치관을 실천해 세상을 이롭고 평화롭게 하는 인물이 더 필요하다. ‘나무가 꽃을 버리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고, 강물이 강을 버리지 않으면 바다에 이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계파, 학연, 지연을 넘어 대승보살의 길을 걷는 정치인이 출현하길 기대한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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