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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각하(照顧脚下)

참다운 불자로 사는 길

스님들이 신발을 벗는 댓돌 위에 흔하게 걸린 주련이 조고각하(照顧脚下)다. 풀이하면 자기 발밑을 비추어 보라는 의미다. 세간에서 각하(脚下)는 ‘발밑’으로 해석하지만 불교에서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의미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 조고각하는 진리를 밖에서 구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구하라는 의미다.

그래도 흔히 조고각하는 너의 행동을 돌아보라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남이 하면 불륜,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는 자신의 허물에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조고각하는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화두에 등장한다. 중국 송나라 오조법연 스님에게 삼불(三佛)이라 불리는 세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밤길을 가다 부는 바람에 등불이 꺼져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이때 스승인 법연 스님이 물었다. “그대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제자가 말했다. “채색바람이 붉게 물든 노을에 춤춘다.” 두 번째 제자가 말했다. “쇠로 된 뱀이 옛길을 건너가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제자가 말했다. “발밑을 비추어보라(照顧脚下).” 세 제자의 대답 중에 스승을 기쁘게 한 대답은 당연히 마지막 답변일 것이다. 스승은 어둔 길에 등불마저 꺼져 위험하니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 제자의 말처럼 자기 발밑을 살펴 걷는 것이 최선이다. 수행의 과정이나 불자의 길도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자신을 살펴 수행자로, 불자로 참답게 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참다운 불자를 보기가 갈수록 어렵다. 불자로서 지켜야 할 삼귀의 오계는 지키지도 않으면서 종단이나 스님들을 향해 온갖 험한 말을 쏟아내는 것이 불자의 역할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조고각하다.

스스로 정의로워야 정의를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것처럼 스스로 불자의 삶을 살아야 떳떳하게 불자다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 법보신문이 최근 조계종과 함께 ‘불자답게 삽시다’ 공동캠페인을 시작했다. 37가지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참다운 불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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