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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리집에 부처님 모시기

불자 정체성 드러내고 가정 신행 중심 공간

 
포털사이트 지식검색 코너에는 불상을 집에 봉안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집안에 불상을 모셔도 되는가’라는 단순한 궁금증이 대부분이지만 ‘집안에 불상을 모시면 안 된다는 속설이 왜 등장했는가’와  ‘집안에 불상을 모시는 방법’에 대한 궁금증들도 적지 않다.

‘집에 모시면 안된다’ 속설
경전 교리상 근거없는 말
불감 등 생활 속 불상 다수
가족공간이면 어디든 가능

이러한 궁금증들은 대부분 ‘불상은 가정에 모시는 것이 아니다’는 속설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속설이 언제, 왜 등장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에 대해 동의하는 스님이나 불교학자들은 거의 없다.

불자로서 집안에 불상을 모시거나 몸에 불상을 지니는 것이 불교전래 후 오랜 전통이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은 부지기수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12세기 고려시대 작품인 ‘은제불감’이 소장돼 있다. 높이6.7cm, 폭 4.5cm의 이 불감 안에는 보살상과 비사문천상 등이 함께 조성돼 있다. 줄을 달아 목에 걸거나 옷고름 등에 묶어 몸에 지닐 수 있는 형태로 조성된 이 불감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은 “개인의 신앙을 위해 휴대용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해 불상을 몸에 지니는 신행형태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73호 불감은 스님이나 불자들이 일상에서 불상을 가까이 모셔두고 있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법당을 미니어처와 같이 작게 재현한 불감과 문을 달아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불감 등 다양한 장소에 맞게 조성된 불감들이 전해지고 있다. 모양과 구조, 재질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불감과 호신불 등은 불상을 반드시 사찰에만 모셔야 된다는 오늘날의 속설이 전통적인 신행과는 전혀 관련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정에 불단을 조성하고 불상을 봉안하는 신행형태는 불교가 전래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베트에서는 가정에 불단을 조성하고 불상뿐 아니라 존경하는 스님들의 사진 등도 함께 봉안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과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등 남방불교권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집안에 불상 모시기를 꺼려하는 풍토에 대해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은 “경전이나 교리상의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하며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불상을 집안에 모시는 것을 터부시하는 풍토가 생겼을 수 있다”는 추론했다. 이어 “집안에 불상을 모시는 경우 아무래도 자유분방한 생활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꺼리는 분위기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찰에서는 불상 조성부터 이운, 봉안까지 엄격한 형식에 의해 진행된다. 하지만 집안에 불상을 모실 경우에는 까다로운 절차나 형식이 반드시 요구되지는 않다는 것이 대체적 관점이다. 가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으며 가급적 깨끗한 공간에 불단을 조성하고 불상을 모시면 적당하다는 것. 점안을 한다면 좋지만 생략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상을 봉안하는 목적이 사찰과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령 동산불교대학 교수는 “가정에 불상을 모시는 것은 정신적 의지처에 대한 형상화를 통해 생활의 구심점을 삼는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의미가 더 크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또 “불자로서 불상을 모신다는 것은 불자답게 살기위한 스스로와의 약속인 만큼 좀 더 정갈한 공간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제약이 아닌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불상을 모시는 과정에서의 절차나 의식에 연연하기보다는 집안에 불상을 모심으로써 불자 가정의 상징적인 공간을 만들고 가족 신행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 더욱 큰 의미일 것”이라며 “평소 수지독송하는 경전 등을 불상 대신 봉안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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