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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보문사 금동 삼존불상

불태웠다는 후령통 복장유물, 진실은?

 
불상을 조성할 때 내부에 넣는 복장유물은 도난당해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법회나 학술적 조사 등을 제외하고는 불상 내부를 함부로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복장유물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해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지 못해 회수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2011년 일어난 서울 보문사 복장유물 절도사건이 이와 유사한 사례다.

보문사에 잠입한 박씨 형제
복장유물 훔치고 불상 버려
검거되면서 경전 찾았지만
후령통 유물들은 회수 못해

그해 3월5일 오전 4시30분, 복면을 쓴 남자 두 명이 보문사 대웅전에 침입했다. 당시 대웅전 내부에는 CCTV가 2대 설치돼 있었다. 이들은 범행이 포착되지 않도록 그 중 1대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나머지 1대가 더 있다는 것은 몰랐던 듯 이후 태연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그들은 유리 진열장을 깨고 망치로 불상을 떼어냈다. 석가모니부처님과 보현보살이었다. 보문사 금동 삼존불상 가운데 문수보살은 근래에 만들어졌지만 석가모니불상과 보현보살상은 17~18세기에 제작됐다. CCTV에는 그들이 두 불상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장면과 사찰 신도들이 대웅전에 들어와 텅 비어버린 불단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불상을 버렸다는 점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석가모니불상은 경내에서 발견됐고, 보현보살상은 택시에 태워져 보문사에 돌아왔다. 다만 각 불상 밑동이 처참하게 뜯겨져 있었다는 점으로 보아, 처음부터 복장유물을 노린 범행이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보문사 불상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도난당한 복장유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관계로 장물 유통망을 조사하는 것보다 범인 검거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단서는 CCTV 영상이었다.

경찰은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박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행방을 쫓은 끝에 3월21일 검거에 성공했다. 박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화기록과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등을 추적한 결과 공범은 그의 동생으로 밝혀졌다. 자취를 감췄던 동생 박씨에게 형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남겨 자수를 권유했다. 동생 박씨는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것을 느끼자 3월28일 자수했다. 복장유물의 행방을 추궁한 경찰은 동생 박씨가 일부를 장물업자 안모씨에게 200만원을 받고 팔아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씨가 이를 고미술품 수집상에게 1400만원에 팔아넘겼다는 것도 드러났다.

동생 박씨가 안씨에게 팔아넘긴 복장유물은 세조의 왕비인 정희왕후가 죽은 아들 예종의 명복을 위해 만든 ‘묘법연화경’ 4권이었다. 또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복장유물을 넣는 통인 후령통 2개와 발원문을 적은 비단포 1개, 한지 2개도 훔쳤음을 확인했다. 후령통에는 금·은·칠보 등의 보물과 오곡(五穀)·오향(五香)·오약(五藥)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형 박씨는 후령통 안에 쌀 몇 톨과 비단 조각들만 있었으며 이마저도 죄책감에 시달리다 모조리 태워버렸다고 진술했다. 형 박씨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후령통 안의 복장유물들은 어엿한 문화재로 둔갑해 유통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당시 언론에는 절도범 박씨 형제의 애틋한(?)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동생 박씨는 사업 실패로 방황하던 중 사찰 문화재 절도범들과 친분을 쌓고 유물을 훔치다 붙잡혀 2년여를 복역한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출소한 뒤에도 사업이 실패해 어려움을 겪다 2011년 2월 형을 찾아가 “마지막”이라며 함께 범행을 하자고 애원했다. 평소 동생을 아껴왔던 형은 이를 뿌리치지 못해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후 먼저 검거된 형은 동생이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하자 “혹시 자살을 할까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전한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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