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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제도, 본질 빼고 다 바꿔라

최근 김천 직지사에 갔다가 올해 조계종 행자교육에 참가한 교육생이 처음으로 80명에 미치지 못했다는 정말 충격적이고도 슬픈 소식을 들었다.

직지사 불전한문승가대학원 강의를 맡아 승풍 진작과 승려자질 향상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던 필자에게는 더욱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엽적인 곳에 쏟는 노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아득한 심정이었다. 물론 그렇다 하여 어려운 가운데도 보다 나은 승단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노력이 빛을 잃는 것도 아니고, 그것마저 놓아버리면 희망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렇지만 모든 것들은 기본적인 스님들의 수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선 승단은 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어야 한다. 전 불교 종도들의 존경을 받아야 하고, 모든 국민들이 그 위상을 인정하는 그러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불교의 위상이 바로 서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렇게 스님이 될 분들이 적어지게 되면, 출가를 결행한 귀한 분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이미 출가하여 수행하고 있는 스님들도 어깨가 처지게 된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서는 아닐지 몰라도 정말 많은 분들이 지망하고 선택한다는 것은 승가의 위상 제고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것이다. 그 기본이 깨지고 나면 모든 노력들의 의미가 퇴색하고 마는 것이다.

조계종단이 제대로 유지되려면 적어도 한해 200명 이상의 출가자들이 나와야 한다고 한다.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가만 두어도 조계종단은 무너지고 만다는 이야기다. 정말 근본적이고도 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획기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더욱 근본적인 문제다.

‘조선왕조실록’ 성종 때의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 도첩이 발행된 수가 5만이다. 도첩을 받지 않고 승려가 된 이들까지 합하면 그 당시 10만의 승려가 있었다고 본다. 인구 수가 절대적으로 적고 불교가 탄압받던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라. 위기상황이라는 것이 정말 실감나지 않는가?

물론 이것은 조계종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녀수가 줄어들고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로 들어서는 모든 나라의 모든 종교가 갖는 문제일 것이다. 그 가운데도 독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종교는 이 문제로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조계종이 처한 상황은 이런 일반적인 상황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반적인 상황 논리로 적당히 넘어갈 수 없을 만큼의 한계 수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저것 가리고 눈치 볼 때가 아니다. 우선은 지금 스님으로 계신 분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스님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유인 요소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스님들의 복지 향상, 노후보장 등 이미 논의되고 있는 것을 현실화시키고, 그 밖에도 더더욱 많은 유인요소를 창출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직업승려제도의 용인, 단기출가 제도의 확대 등 모든 대책들을 다 내놓고, 종단의 사활을 건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매우 민감한 문제도 많고 또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것이 무서워 임시변통의 대책으로 세월만 보내다가는 조계종단이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안일함이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조계종이라는 종단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고유한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그 절대 지켜야 할 고유한 본질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용인할 수 있다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계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교라는 종교가 현대사회에 바로 서기 위한 시금석이라고 보아야 한다.

조계종도 모든 체면과 허울을 벗어던지고 논의의 문호를 열어야 할 것이며, 모든 종단과 불자들도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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