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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한 스승님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3.28 17:25
  • 수정 2016.03.28 17:26
  • 댓글 0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겨울의 시간을 움츠리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최근에 몸무게를 재보니 과체중이었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를 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러닝화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어려운 시작은 시간 갈수록
더 단단한 배움으로 이어져
불편한 스승과 인연 맺으면
자신 발전 목격할 수 있어

스님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매우 뚜렷한 기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무조건 회색을 선호하죠. 그렇게 회색 운동화를 찾기 위해 들어간 매장에 마침 눈에 딱! 들어오는 운동화를 발견했습니다. 회색이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면에서 마음에 들더군요. 그렇게 사이즈에 맞는 운동화를 구매해서 연구소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걷기 운동을 위해 러닝화를 신으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입구가 좁고 빡빡해서 신을 때마다 낑낑거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죠. 새로 인연 된 운동화의 첫 이미지는 불편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운동화를 신고서 10분 정도 걷고 나니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기존의 신발보다 매우 시원했고,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발목을 강하게 잡아줬습니다. 새로 인연 된 운동화와의 첫 동행을 마치고 연구소로 돌아오는 길, 이미지는 불편함에서 편안함으로 180도 변화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워나감에서 시작이 느슨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느슨한 운동화가 점점 발목을 편안하게 잡아주지 못하듯 느슨한 배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시작이 타이트한 배움은 비록 시작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단단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죠.

타이트한 스승과 그를 따라 발전하는 모습을 표현한 영화 ‘위플래시’에서는 드럼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호랑이 스승이 있습니다. 이 스승은 그의 재능을 첫눈에 발견했지만 결코 그의 재능을 칭찬하거나 찬탄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스승이 너무나도 불편합니다. 끊임없는 갈등과 부딪힘을 이어가며 스승과 제자의 연을 끊기까지 하지만 결국은 그 스승에 의해 주인공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섭니다. 타이트한 스승의 몰아붙임이 없었다면 아마도 주인공은 천재적인 재능에 만족해서 애매해지지 않았을까요?

공자의 삶을 대표하는 말 중 하나는 ‘호학(好學)’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배움을 즐겼기 때문에 동양 인문학의 패러다임을 만든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배움을 즐기는 원동력은 바로 자기부정에 있었습니다.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는 자는 결코 다른 것을 배우지 않을 테니까요.

자기부정을 느슨하고 편안하고 게으른 상태에서 하기가 쉬울까요? 너무 편안한 것만 쫓아서는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을 답습하는 정체와 퇴보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물론 고행주의에 너무 빠질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불편함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편안한 운동화를 찾듯, 편안함을 주는 가르침, 수행, 스승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자신을 몰아붙여 주는 조금은 불편한 스승님과 인연을 지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작은 비록 불편하지만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다 보면 점점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자신을 목격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파멸의 길에서 벗어나 천상의 길, 해탈의 길을 걷도록 당신을 인도해주시는 조금은 불편한 스승님이 생기시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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