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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성불을 목표로 삼은 대승불교

기자명 김정빈

불교는 자리와 이타의 병행 제시

불교는 인도의 전통종교를 적정주의(寂靜主義)로 비판하며 성장하였다. 적정주의는 남과 관계를 맺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기고 가능한 많은 시간을 자신을 위한 명상에 할애하는 주의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적정주의는 대자적(對自的)인 면을 강조한 나머지 대타적(對他的)인 면을 등한시한 문제점이 있었다.

신자와 소통 등한시한
부파불교 비판하면서
대승불교인, 신자 입장서
이타 강조하는 불교 모색

불교가 발흥하던 당시 인도에는 전통종교로서 브라만교(힌두교)가 있었고, 브라만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명상을 통해 사마디(samādhi)를 성취해 지복(至福)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들 또한 깨달음을 말하고 열반을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말하는 깨달음의 성격은 불교와 다르다. 불교는 깨달음의 성격을 지혜(앎, 지성)에서 찾지만 그들은 정서(지복)에서 찾는다. 그들은 마하사마디(mahā samādhi)라는 말을 열반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불교에서 사마디는 깨달음을 위한 기반은 될지언정 그 자체가 깨달음은 아니다.

사마디는 명상으로써 성취되며, 명상은 대자적인 활동이다. 즉, 수행자는 명상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없고, 따라서 남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자기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이는 부처님께서도 인정하신 바이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되기 때문에 불교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自利)가 남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위(利他)로 연장되는 체계를 제시한다. 그에 비해 적정주의에서는 남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

불교 교리에서 지혜(반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지혜는 자리와 이타를 통제, 조정한다. 근본불교는 팔정도(八正道)·사념처(四念處)·사정근(四正勤)·사여의족(四如意足)·오근(五根)·오력(五力)·칠각지(七覺支) 등 일곱 가지 수행 체계를 제시하고 있고, 그중 표준은 팔정도이며, 팔정도의 여덟 덕목은 계(戒)·정(定)·혜(慧) 삼학으로 요약된다.

불교인은 삼학 중 가장 먼저 계학을 닦고, 이를 기초로 정학(사마디)을 닦으며, 마지막에 혜학을 성취한다. 혜학에는 계학에 앞서는, 삼학의 준비 성격으로서의 혜학도 있다. 법문을 들어서 불교 교리를 이해한 다음[聞慧] 이해한 것을 검토하여 얻는 지혜[思慧]가 그것이다. 그에 비해 마지막에 성취하는 혜학은 깨달음을 통해 얻는 지혜이다.

이렇게 하여 불교의 수행은 ①혜학(준비 성격), ②계학, ③정학, ④혜학(깨달음) 순서로 이루어진다. 혜(慧)로 번역된 산스크리트어는 프라즈나(prajna)이고, 이에 해당하는 팔리어는 빤냐(panna)이며, 이를 중국 역경가들은 반야(般若)로 음역하였다. 근본불교에서 반야는 ①과 ④를 모두 의미하고, 대승불교에서 반야는 ④만을 의미한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혜가 불교 수행의 가장 높은 차원이라는 점만은 근본불교와 대승불교가 같다.

계학은 남과의 관계에 대한 배움이고(대타), 정학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배움이다(대자). 이 둘을 혜학이 통제, 조정한다. 혜학을 높은 차원까지 공부한 수행자는 지금이 대타에 유념해야 하는 때인지 대자에 유념해야 하는 때인지를 판단하여 자신의 이익(사마디, 행복)과 남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자 시절 알라라까마라와 웃다까라마뿟따를 사사하여 각각 7선정, 8선정을 성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법에 만족하지 못하셨는데, 그것은 그들이 선정(사마디)을 열반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즉, 선정만 있고 지혜는 없는 그들의 법은 부처님이 보시기에 부족하였고, 그리하여 부처님은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법을 찾아 깨달으셨다.

이 같은 부처님의 입장은 대승불교를 발흥시킨 이들의 입장과 상통한다. 대승불교인들이 보기에 당대의 불교인들(부파불교 승려들)은 자리(교리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이타(신자와의 소통)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대승불교인들은 이타를 강조하는 불교를 모색하였고, 그 답을 보살, 즉 부처님께서 무수한 전생에 쌓았던 남을 위한 삶에서 찾았던 것이다.

김정빈 밝은불교신행원장 jeongbin22@hanmail.net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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