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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유순자 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새 생명 건네 준 이 생각
극락왕생 발원하면 사경
수행하는 사실로도 행복

▲ 무간수·59
2013년 음력 4월15일부터 2016년 음력 1월15일까지 매일매일 사경을 이어가면서 ‘법화경’ 전 7권, ‘화엄경’ 전 7권(우리말 화엄경 게송) 그리고 ‘금강경’은 7번 사경했다. ‘금강경’ 7번 가운데 절반은 한문으로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한글로 사경을 했다. ‘금강경’을 사경할 때 한글 사경을 하면서 그 뜻을 새기는 감동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가능하면 한글로 의미를 새기며 사경을 하게 되었다. 조급한 마음에 쓴 글씨가 이상했던 사경 초기의 경전 1권은 마지막에 한 번 더 다시 썼다.

군인 남편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던 점도 사경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남편은 퇴직 이후에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 남편을 위해 아침 일찍 공양을 준비했고 공양 후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면 7시30분에서 8시30분의 시간은 사경수행으로 채워나갔다. 이 시간에는 오로지 부처님과 만난다는 생각에 행복감이 밀려올 때가 많았다. 그렇게 사경을 거듭하며 3대 대승경전 사경을 모두 마쳤다.

사경수행의 환희심이 거듭되던 2014년 10월, 경산에서 다시 부산 해운대로 내려오면서 목종 스님을 찾아갔다. 마침 스님이 계신 대광명사에서는 재가안거수행이 여름과 겨울마다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 있게 동참의 뜻을 밝혔다. 사경을 수행법으로 삼고 ‘지장경’과 츰부다라니 108번 사경으로 지난 동안거를 보냈다.

누군가 본다면 나의 사경 하는 자세가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관절이 좋지 않아 사경을 할 때면 두 다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의자에 묶어놓는다. 몸의 기울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한쪽 팔 아래에는 몇 권의 책을 받쳐 팔을 고정하고 사경을 하는 팔의 팔목 아래에는 손수건을 덧대어 손목 저림을 방지한다. 이렇게라도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

무엇보다 사경을 하면서 변화된 점이 많다. 복잡하던 생각이 많이 단순해졌다. 사소한 잡생각을 덜 하게 되었고 문제가 생길 때는 문제의 진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지금까지 사경한 30권의 책은 내 책꽂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경할 때는 항상 발원문을 올린다. ‘일체 모든 중생들이 병고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며 이 수행의 공덕을 모든 존재들에게 회향합니다.’ 또 주위에서 생을 다한 지인들의 소식이 들리면 그날의 사경수행에 앞서 이렇게 추모의 마음을 담고 시작한다. ‘오늘은 고인을 위해 사경합니다.’

무엇보다 내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분, 그분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것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또한 내가 장기기증을 받아서 새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장기기증 캠페인에 동참하며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 이 발원이 사경수행의 시작과 끝에 항상 함께 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해본다. 

장기이식을 한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 많은 약을 먹어야 하기에 이 장기가 언제 어느 때인가 문득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부처님의 가피를 회향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돌아오는 하안거의 사경 주제는 관세음보살보문품으로 생각 중이다. 다시 새로운 경전을 펼치며 수행의 환희심과 마주하고 싶다.

 

[1338호 / 2016년 4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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