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푸티상사의 지상법문]33.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 법공양
  • 입력 2016.04.05 14:04
  • 수정 2016.04.05 14:05
  • 댓글 0

부모의 꿈 강요받는 자식들은 불행의 늪에 빠지기 십상

 
하늘 아래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들이 용이 되기를 바라고, 딸은 봉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웁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와 자식은 서로 생각의 차이로 마찰을 빚는 등 충돌하거나 유쾌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어 이해하고 포용하며 사랑으로 품어주면 자녀와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자식 사랑않는 부모는 드물지만
바란대로 성장 기대한 경우 많아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이 필요

심리적으로 강한 면역력 갖고
한 사람 몫은 스스로 해내면서
번뇌로 중심 잃지 않길 바랄 뿐

여러분은 아이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까?

예전에 한 수련생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예의가 바르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바람은 비교적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온통 컴퓨터에만 빠져있는 아이 때문에 무척 걱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컴퓨터에 빠져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아이들이 장차 이 사회의 대들보가 되기를 바라나요? 그렇다면 소나무로 예를 들어서 비유해보겠습니다. 아무리 크고 튼튼한 소나무라도 모두 작은 묘목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늘에 닿을 만한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묘목은 충분히 성장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웅장하고 거대한 소나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그녀의 아이는 지금 묘목과 같아서 다양한 영양을 흡수하며 자라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한 사람들이나 성공한 사업가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방법을 통해 배우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성공했습니다.

아이는 인터넷을 해도 좋고,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도 좋습니다. 이런 행동 모두 성장과정에서 누적해야 할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아이에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생명에 관심을 품고 다른 사람을 돕기를 바란다면, 이것은 꽤 이루기 어려운 희망사항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아이가 생명에 관심을 품길 바란다면, 그건 바로 여러분 자신이 생명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수행자인 입장에서 저라면 제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희망할까요? 저는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독립된 인격체로 스스로 판단하고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강한 면역력을 가져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게 될 수많은 번뇌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이가 기대에 부응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반드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고, 그런 다음 아이가 그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해야 합니다. 만약에 독립된 인격체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아주 평범한 바람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의 아이들 모두가 스스로 판단하고 생활할 수 있다면,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저절로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혼자 힘으로는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름다운 청춘과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가슴 한가득 열정과 포부를 지녔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아이들이 한걸음씩 성장할 때마다 부모의 책임도 그만큼씩 무거워지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몇몇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큰 희망을 품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너무 커다란 부담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쉽게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고, 부모는 이런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욱더 거센 압력을 가하니, 아이들은 끝내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부정하며 자기비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이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을까요? 그리고 아직도 내일이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환상을 갖고 있을까요?

밴쿠버에 있는 제자 가운데에 중국에서 아주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미용기술을 배우고 동네 마트에서 짐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대단히 화가 나서 아들에게 손찌검까지 했습니다. 아들 역시 그의 행동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며 그에게 대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이제 그만하세요. 어찌되었든지 아버지니까 이번 한번은 그냥 제가 참겠어요. 하지만 다음번엔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는 눈물을 흘리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상사님,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제가 어쩌다가 이런 아들을 낳은 겁니까? 정말 견디기 괴롭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보기엔 그대의 아들은 아주 훌륭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되는 군요.”
“지금까지 저는 온갖 고생을 해 가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는 녀석은 마트에 나가 짐이나 나르고 있으니 제가 화가 안 나게 됐습니까!”
“만약에 그대의 아이가 제 아이라면 저는 아주 기특하다고 칭찬할 겁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그 아이는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어요. 게다가 공부하는 걸 팽개친 것도 아니니, 정말 보기 드문 청년인데 장하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그는 저의 말을 듣고 바로 반박했습니다.
“상사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남자로 태어나 큰 뜻과 웅장한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조상을 뵐 낯이 없다고 했습니다. 상사님도 아시겠지만 아들놈은 장차 우리 회사를 이어 받을 겁니다. 아주 큰 회사의 주인이 될 녀석이 마트에서 짐이나 나르고 있다니요. 정말 한심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아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그대는 그대가 원하는 그렇게 큰 회사의 주인노릇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저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요.”

자신의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그의 모습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대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는 재주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렇지만 그들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재주만 믿고 더 게으르고 구차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까? 하지만 그대의 아이는 스스로 노력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더 발전해 계속 위를 향해 올라갈 겁니다. 그대의 아이는 아주 훌륭합니다.”
“그러면 상사님께서는 제 아들의 장래가 어떨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이 되길 바라십니까?”
“제가 그 아이의 장래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제 아이라면 저는 그 아이가 올바르게 판단하고 스스로 처리할 능력을 가져서 혼자서도 이 세상을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간단합니까?”
“말은 간단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대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지금 그대는 사업에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벌어 큰 부자로 살고 있지요. 그럼 한 가지 그대에게 물어보겠습니다. 그대는 현재 얼마나 즐겁고 행복합니까?”
“사실 맨 처음 큰돈을 벌었을 때에는 아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을 돈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만약 그대의 아이가 자신의 능력으로 일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그대는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가 너무 크면 두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마찰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불필요한 대립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번뇌에 사로잡혀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자신의 능력에 맞춰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평안하고 깨끗한 일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부모로서 대단히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진푸티상사 저서 “깨달은 눈으로 본 인생”중에서 (번역:권중달)
보리선수 약사선원 T.1661-0803

[1338호 / 2016년 4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