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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내 가족 전법하기

가족공동체 행복으로 이끄는 최상의 길

 
지난 4월2일 서울 목동 법안정사에서는 이색 수계법회가 열렸다. 일반 불자들을 대상으로 수계법회를 여는 것은 낯선 장면이 아니지만 이날 법안정사는 가족을 위한 수계법회를 열었다. 가족이 함께 불연(佛緣)을 맺고 불자로서 바른 삶을 살아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가족법회에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찾은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과 함께 법회를 찾은 부부들까지 모두 99가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우 스님으로부터 오계와 법명을 받고 부처님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겠다는 발원을 세웠다.

전법, 고통 덜어주겠다는
지극한 자비심에서 비롯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에
전법은 가족애의 출발점

성우 스님은 “한 가족이 하나의 목표를 보면서 걸어갈 수 있다면 더 행복해 질 것”이라며 “흔히 가족이라는 것은 피와 피가 이어진 결과로, 거기에 영혼과 영혼까지 이어진다면 참된 가족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회를 주관한 법안정사 부부불자회는 가족전법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93년 평생 도반인 부부가 함께 신행활동을 함으로써 ‘가정불교, 생활불교’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현재 부부불자회에 가입한 회원수만 160가족에 30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부부불자회가 20년이 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부법회를 매개로 가족이 함께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하고 또 봉사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에서 발생하는 불화와 갈등이 줄어드는 효과도 따라왔다. 이는 부부불자회 총간사를 맡고 있는 전창곤(54·무여)씨 가정도 마찬가지다.

전씨가 법안정사 부부불자회를 나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신심 깊었던 전씨와 달리 그의 아내는 절에 다니는 것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내는 주말마다 절에 나가는 전씨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전씨는 부부불자회를 알게 됐고, 아내에게 함께 나갈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적극적이지 않던 아내도 부부불자회 활동이 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첫째 주에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둘째 주에는 법우들과 산행을 하고, 마지막 주에는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부부간의 갈등도 줄어들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 역시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가정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전씨는 “부부불자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라며 “아이들과도 불교를 통해 소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처님 가르침은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궁극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진리다. 이런 까닭에 많은 경전에서 전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법화경’ 수희공덕품에 따르면 법을 설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데려와 경을 듣게 하면 이 복의 인연으로 범천 전륜왕의 자리를 얻는다고 했다. 또 “어느 곳에 있건 자신이 들은 바를 부모와 친척, 벗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설해야 한다”며 “그러면 그 사람들은 듣고 나서 기뻐하고 다시 부처님을 대신해 가르침을 설할 것이며 차례차례 영향이 확산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도 출신의 일칭 스님이 번역한 ‘제법집요경’에서도 “부처님 가르침을 알았다면 마땅히 사람들을 위해 설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법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지극한 자비심이자 보살행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족에 대한 전법은 가족이라는 인연공동체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가족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핵가족화 되고 각자의 삶이 바쁜 현대 가정에서 가족에게 전법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절에 가자고 하는 것도 오히려 거부감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고 틈틈이 불교의 가르침이 행복하고 지혜롭게 사는 길임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게 신행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은 “가족에게 전법하기 위해서는 전법을 하려는 사람이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부처님의 삶을 바르게 이해하고 현실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가족 스스로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39호 / 2016년 4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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