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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송림사 오층전탑 금동제사리기

파손된 보물의 변상비용, 70만8000원

 
“대한민국 보물이 훼손됐는데 처리비용으로 70만8000원만 보상받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것을 국민들이 이해할까요? 이건 도리에도 맞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일본 전시 위해 반출 도중
항공기 진동으로 충격·파손
국정조사서 변상비용 밝혀져
저조한 문화재 보험가입률도

2003년 9월30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일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박물관 유물들의 보존실태를 지적하며 이와 같이 개탄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유물은 보물 제325-1호 칠곡 송림사 오층전탑 금동제사리기. 국립중앙박물관은 2002년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이 개최한 ‘사리신앙의 미술전’ 전시를 위해 송원사 금동제사리기와 나원리 출토 금동불입상 등 9점을 반출했다. 하지만 비행기로 운반하던 중 진동이 생겨 충격을 받았고 금동제사리기에 금이 생겼다. 나라박물관 관장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파손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지만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변상비용은 70만8000원에 불과했다.

“40억원의 보험평가를 받은 송림사 금동제사리기가 파손된 상태에서 무려 한 달 반이나 전시가 이어졌습니다. 훼손된 문화재를 이렇게 처리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화재를 다루는 시각, 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김 의원의 거듭된 질타에 이건무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원래 녹이 아주 많이 덮여 있었고, 1mm도 안 되는 부분이 파손됐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가격을 물릴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보험을 통해 문화재 보상비용을 받은 사례는 송림사 금동제사리기가 첫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문화재들의 보험가입률이 그만큼 낮았다는 방증으로, 그때까지의 문화재 보존의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였다. 물론, 박물관의 경우 소장 유물들이 많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힘든 측면이 있다. 또 문화재 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이 이뤄지는 소멸성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모든 유물들을 일일이 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은 박물관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인 게 사실이다.

실제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화재 관련 보험은 가입하지 않은 대신 화재보험만을 가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마저도 건물과 관련된 보험이기 때문에 담보대상은 건물·전기기기·시설로 한정될 뿐이었다. 보상금은 337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보험평가액(2013년 산정) 500억원보다 적은 금액이었다. 불이 나서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소돼버렸다면 국보 1개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을, 그것도 건물에 대한 보상으로만 받았을 터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을까. 2012년 10월5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1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문화재 보험 가입 실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국보·보물급 중요문화재 164건 중 49.4%, 81건 정도가 보험에 가입됐다. 나머지 중요문화재는 화재나 도난사고 등이 일어났을 때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목조문화재의 보험 가입 실태에 문제가 있다”며 “국보·보물급 중요목조문화재 135건 중에서 38.5%인 52건만 화재보험에 가입됐고, 나머지 83건, 61.5%는 가입이 안 되어 있다. 국보 19건 중에도 가입된 것은 7건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2년 뒤인 2014년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국보 제52호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을 비롯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영암 도갑사 해탈문, 순천 송광사 국사전, 구례 화엄사 각황전 등이 화재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보호·관리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9호 / 2016년 4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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