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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예화와 비유법 ①

화자의 사상·감정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석존이 열반에 들기 전의 모습을 묘사한 기록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너희는 저마다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그 때 사라쌍수에는 때 아닌 꽃이 피었다. 모든 꽃들도 전부 활짝 피었다. 꽃잎은 석존 공양을 위해 석존의 몸에 떨어지고, 하늘의 만다라화와 찬다니향도 중천 허공으로부터 석존의 몸을 향해 뿌려졌다.” 대단한 함축과 은유기법을 엿볼 수 있다. 부처님은 비유법을 자주 사용했다. ‘법화경’의 일곱 가지 비유법도 그렇고  비유와 예화가 포교인과 인간의 삶에 밀착돼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승의 말씀 또한 그랬다.

비유법은 커뮤니케이션 윤활유
같은 내용이라도 친밀도 높여줘
사용할 땐 구체·선명성 갖춰야

원효대사는 29살에 출가해 수행 중 34살에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길에 나섰다. 당으로 건너가기 전 포구 근처 동굴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다. 칠흑 같은 밤에 잠자리에 누운 원효는 매우 목이 타서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는 데 바가지 같은 것이 잡혔고 거기에 고인 물을 감로수처럼 달콤하게 마셨다. 원효는 날이 밝은 후 그날 밤 손에 잡힌 것은 바가지가 아니라 해골이었음을 알았다. 원효는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셨다고 인지한 순간 온몸이 뒤틀리며 똥물까지 토해냈다. 원효는 찰나에 깨달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일체가 오직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을. 불교에서 ‘마음’의 의미는 여러 방식으로 해석돼 전해지고 있지만 ‘일체유심조’를 이해하는 데 이만한 예화와 비유법도 드물다.

이러한 경전은 독창성과 풍부한 표현기법,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오늘날까지 문학, 철학, 문화인류학, 대중문화, 역사학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필독서로 여기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문명의 총량은 상상력의 총량”이라고 말했고,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카드는 “은유는 최소의 면적에서 최대의 진리를 간직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말과 글을 통한 표현 방식 중 하나가 수사법이다. 수사법은 글쓴이와 스토리를 전개하는 송신자가 사상과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표현기법이다. 수사법에는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비유법은 표현하려는 대상을 그와 비슷한 사물과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이다. 강조법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의 문장을 강조함으로써 강한 인상을 주는 기교법이다. 변화법은 단조롭고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문장 흐름에 변화를 적절히 주는 방법이다.

말은 너무 단순해도, 거칠어도, 어려워도 문제다. 그래서 비유법은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똑 같은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비유법을 통하면 문장의 품격과 전달 과정의 친밀도가 높아진다. 비유법은 두 가지 구조로 이뤄져 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이다. 원관념은 원래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관념을 말하고, 보조관념은 빗대어진 사물이나 관념을 말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반드시 유사성이나 유추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재를 비유법에 적용할 때는 경험과 공감의 공통성이 일치해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가 원활하게 전달된다. 따라서 비유법을 사용할 때는 메시지 내용에 대한 구체성, 선명성을 갖춰야 한다. 이에 맞춰 이해가 쉬운 경험과 비유하기 익숙한 대상, 그에 대한 유사성이 삼박자를 이룰 수 있도록 구성해 스토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확장시켜야 한다.

비유법의 소재와 활용범위는 일상의 대화뿐만 아니라 시와 산문, 경전, 고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잘 알려진 표현은 이미 친밀도를 높여줘 청중의 적극적 관심도를 끌어낼 수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표현은 어떻게 비유하느냐에 따라 참신성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장단점을 잘 헤아려 비유의 소재와 범위, 어휘선택의 정도에 따라 청중의 분위기를 당기고 풀어주면서 그에 대한 관심과 긴장감을 조절할 수 있다. 설법뿐 아니라 법회를 알리는 인사말, 행사홍보문구, 설법 주제와 행사 표제어, 고승의 좌우명 등까지 흥미와 말씀의 의미를 풀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이고 정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비유법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39호 / 2016년 4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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