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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부이야기

기자명 김유신

두부는 가장 불교적인 음식
조리법·전통, 사찰서 이어져

사찰음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국수와 두부, 떡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승소(僧笑)’라고 하여 합쳐서 ‘삼소(三笑)’라고도 부른다. 이 중 두부는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과도 매우 깊은 연관이 있을뿐더러 불교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음식이라고 하겠다. 두부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하다. 문헌상으로는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 모아 만든 ‘만필술(萬筆術)’에 제조법이 나와 있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며, 우리나라는 고려 말 대학자였던 이색 선생의 ‘목은집’에 언급된 것이 가장 오래됐다.

이에 근거해 두부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래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나 두부의 주재료인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인 점, 우리의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콩을 먹은 흔적이 있는 점, 삼국시대부터 콩을 발효시킨 장(醬) 음식을 널리 먹었던 기록 등을 감안하면 두부의 기원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두부를 지칭하는 말로는 ‘콩을 삭혀서-혹은 끓여서-연하게 만든 것’이란 한자어 ‘두부(豆腐)’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고, 조선 왕릉의 능침사찰로 제 음식을 담당했던 조포사(造泡寺)에서 유래한 ‘조포’란 말이 있다. 조포란 말 그대로 ‘두부 만들기’란 뜻이다. 두부를 뜻하는 순 우리말은 무엇일까. 고(故) 서정범 교수의 ‘국어어원사전’에 보면 ‘빈대떡’과 ‘콩’을 설명하면서 ‘비지’가 콩을 지칭한다고 하였고 그 어근이 ‘빋’이라 했으니 이 설을 따르면 두부의 순우리말은 곧 비지인 셈이다.

한편 두부는 가장 불교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 동북아 3국 모두 사찰에서 애용하고 있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조리법과 전통이 모두 사찰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두부는 사찰과 불가분의 관계인데 앞서 언급한 목은 이색의 시에 두부가 나오는 장면은 대개 사찰이거나 스님과 연관되어져있다. 이와 관련 조선 중기 유몽인의 ‘어우야담’을 보면, 이색이 중국 유학길에 들른 어느 절에서 스님이 떡을 대접하며 “승소(僧笑: 떡)를 적게 내오니 스님의 웃음 또한 적다(僧笑小來僧笑小)”고 했는데 이에 대한 대구를 못한 것이 마음 깊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구경을 다니다가 들른 어느 집의 주인이 술을 내오며 이를 운치 있게 ‘객담(客談)’이라고 하자 예전에 대구하지 못했던 싯구절이 생각나 “객담이 많이 오니 객의 담소도 많구나.(客談多至客談多)”고 했다는 고사를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외국사신을 대접하는 절차와 음식을 적은 ‘영접도감의궤’를 보면 두부와 각종 버섯, 뿌리채소들을 ‘소선(素膳)’이라고 칭했는데 소선은 곧 야채류로 불교음식을 뜻한다. 두부로 만든 찜을 ‘숙편(熟片)’, 두부구이를 ‘편적(片炙)’이라 했고, 조선시대 왕실의 ‘기신제(忌晨祭)’나 ‘능침제(陵寢祭)’에 두부로 만든 다양한 탕과 요리를 국수와 함께 올렸는데 이는 불교적 제의가 국가의례로 자리 잡았던 고려의 제도를 그대로 인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숭유억불의 조선에서도 삼국시대 이후 천년의 전통을 지니며 고래로 내려온 두부와 국수를 진설음식으로 그대로 사용했던 셈이다.

제사에 두부와 국수를 사용한 것은 고려시대 국수로 산짐승의 희생(犧牲)을 대신했던 ‘면생(麵牲)’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시에 “눈 내리는 산중에 상아와 숙유를 먹으니(桑鵝菽乳雪中山) 포새의 풍치가 바로 이 사이에 있구나(蒲塞風情在此間)”라는 대목이 있다. ‘숙유’는 두부를 ‘포새’는 우바새를 이름이니 두부를 불교의 대표음식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의 차남인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3월조에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라는 대목이 있으니 음력으로 3월인 지금이 두부장을 담그는 적기라서 두부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40호 / 2016년 4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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