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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과 월간 ‘불광’

1974년 광덕 스님이 창간
순수불교·바라밀운동 전개
새로운 신행문화의 구심점

잡지를 배제하고 한국 지성사를 논할 수는 없다. 20세기 초 본격화된 잡지는 새로운 지식의 화수분이었다. 잡지가 교양의 대명사로 떠오르면서 시사, 인문, 여성, 스포츠, 공연, 만화, 종교, 군사 등 분야에서 매년 수백 종의 잡지가 창간됐다. 때로는 잡지를 중심으로 학파가 결성되는가 하면, 독재에 항거하는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월간 ‘불광’이 탄생한 것은 잡지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4년 11월, 광덕 스님에 의해서다. 1950~60년대 정화의 한 복판에서 친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광덕 스님은 새로운 포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65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창립을 주도하고, 봉은사 주지를 맡아 새로운 사찰운영의 모델을 제시하려 무던히 애썼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스님은 1970년대 초 비구대처의 오랜 갈등이 마무리된 뒤 종단의 주요 소임을 내려놓고 ‘불광운동’에 착수했다.

당시에는 기복불교와 지성불교가 평행선처럼 괴리돼 있었다. 출가자들마저 경전과 불서를 수행의 걸림돌로 치부하는가 하면 막행막식을 무애행으로 합리화하려는 폐단도 여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님은 ‘순수불교에 의거한 인간정신의 정립과 가치의 구현’을 위한 잡지를 창간했다. 바로 ‘불광’이었다. 스님은 ‘불광’을 통해 모든 사람이 본래부터 부처님 생명으로 살고 있다는 자각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바라밀국토임을 일깨워나갔다. 또 맹목적인 신심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리이해와 실천에서 나오는 해맑은 신심, 그리고 신심을 바탕으로 불자들이 중생구제라는 보현행원으로 이어질 때 한국불교가 바로 설 수 있음을 제안했다.

‘불광’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불광’을 매개로 대중적인 전법 조직도 더욱 활성화됐다. 다음해 10월에는 ‘불광’ 독자들을 중심으로 불광법회가 창립됐으며, 훗날 송파구 석촌동에 불광사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인연도 ‘불광’에서 비롯됐다.

‘불광’은 교리와 신심을 강조하면서도 과학, 철학, 심리학, 문학 등 불교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연재들을 게재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초기불교를 적극 소개했으며, 당시 국내에 낯설었던 달라이라마의 망명수기를 19회에 걸쳐 연재하기도 했다. 성철 스님을 비롯해 운허, 경봉, 석주, 성철, 지관 스님 등이 글을 썼으며, 김동리, 서정주, 이병주, 김달진, 고은, 김남조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광덕 스님은 한쪽 폐를 잘라내고 위장도 3분의 1밖에 없는 상태에서 극심한 병고를 견디며 불광을 간행했다. 무비 스님이 ‘불광’을 일컬어 “광덕 스님의 생명존엄사상을 담은 여래장이며 전법 보현행자의 육신사리”라고 평가했던 것처럼 당시 ‘불광’에 게재됐던 글들은 광덕 스님의 생생한 숨결이었다.

▲ 이재형 국장
1999년, 광덕 스님이 입적한 후에도 ‘불광’의 빛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인1수행법 운동 등으로 새로운 신행운동을 이끌었으며, 현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기획과 수많은 지식인들의 기고 및 인터뷰로 불교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렸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도 ‘불광’이 꿋꿋이 불교계 최고의 잡지라는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열정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창간 이후 42년 동안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발간된 ‘불광’이 오는 6월 지령 500호를 맞는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여건에서 ‘불광’이 500호를 넘어 1000호, 2000호를 기약하는 것은 우리 불자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불광’의 호수가 늘어가는 것. 그것은 곧 광덕 스님이 간절히 희망했던 바라밀국토를 실현해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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