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지이기(因地而起)

불교가 새로 거듭나는 길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문’에 인인지이도자(人因地而倒者) 인지이기(因地而起)라는 명언이 있다. “땅에서 넘어진 자(人因地而倒者), 땅을 딛고 일어나라(因地而起)”는 말이다. 지눌 스님은 무인이 칼로 세상을 다스리던 폭압의 시절, 함께 타락해 권력을 탐하던 불교에 묵직한 주장자를 내리쳤다. 절에 재물이 넘쳐나고 거드름 피우며 현학적인 지식을 자랑하던 불교를 떠나 멀리 변방에서 새로운 불교를 일으켰다. ‘정혜결사’였다.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결사는 깊은 산속에서 치열한 수행과 계율로 고려불교의 바른 길을 제시했다.

지눌 스님의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말은 중생을 떠나 부처를 이룰 수 없다는 말이며 또한 불교를 떠난 불교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억불정책(抑佛政策)에 의해 조선의 불교는 500년을 숨죽이며 살아야했다. 땅에 넘어진 뒤 그 땅을 딛고 일어서지 못했을 때 어떤 비극을 맞게 되는지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본지는 올해 ‘불자답게 삽시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어떤 것이 참된 불자의 길인지 모르거나 고민조차 않으면서 불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불자라면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를 지니고 지켜야한다. 그러나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불자들은 드물다. 다양한 종교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한국사회에서 오계를 지키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37가지 실천항목을 제시했다. 삼귀의 오계의 현실적인 적용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불자 배지와 스티커를 통해 불자임을 밝히는 운동도 시작했다. 불자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그 모습이 바로 부처님의 전도 선언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근래 종단의 타락과 스님들의 범계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불교가 건강하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판의 방법은 불교적이어야 한다. 또 비판이 울림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참다운 불자의 삶을 걸어야 한다. ‘불자답게 삽시다’ 캠페인은 한국불교가 ‘인지이기(因地而起)’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