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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선관의 ‘도법스님’

기자명 김형중

기독교 시인이 수도승에 매료 통렬한 한국승단 비판에 감동

올 삼월부터 바랑 하나 메고
지리산과 제주도 부산을 거쳐
메말라 가는 세계평화를 길러내고 있는
탁발순례자 도법 스님이 경남을 돌 때
인사드린 적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 책을 한 권 펴내었지
책 제목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였어
내용을 요약하면
지금 여기의 진실을 외면한 채
허상과 욕망을 쫓고 있지 않은가
한국 불교와 승단을 비판한 책 내용이었어
나 또한 말하고 싶으이
주일이면 이삼십 명이 모이는
미니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나지만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한번 더 죽여라는
책을 내고 싶으이
안으로는 성장제일주의 대형화한 경쟁
이웃사랑 결핍 대형교회의 목사직 세습 기복신앙
제왕적 목사 중심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
밖으로는 기독교의 고향인 이스라엘이
핵을 이삼십 여 개 보유하고 있는 데도
제대로 항의 한번 안 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지속 불가능한 보수적인 신앙이여
이 땅의 예수를 믿는 기독교 신자들이여

진솔하면서도 파격적인 시
‘살불살조’ 전환·역설 담겨
자기 종교 허위의식 비판

필자가 1989년, ‘민주주의여 통일이여 용전분투하라’는 한겨레신문 창간 한돌 축하의 글을 한겨레에 실었다. 그 인연으로 이선관(1942~2005) 시인과 마산 바닷가 어느 횟집 민박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이 땅의 민주주의와 시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의기투합하였다.

시인은 언어와 몸이 불편하고 어눌한 사람으로 대단히 순수하였다. 마음이 참으로 고운 분이었다. 처음 만나 술을 마신 사이였지만 나는 그의 인품과 진정성에 금세 매료되었다. 그 자리엔 ‘남녘’이란 진보 잡지 편집장 이적이란 시인도 함께 있었다. 이선관 시인은 나에게 하룻밤의 첫사랑이었다.

이선관 시인의 ‘도법스님’이란 시를 접하니 27년 전 고인의 그때 모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이선관 시인은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 내게 “시집을 백 권 읽으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소” 하였다.

학교에 돌아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윤석호 시인에게 그 말을 했더니 “미친놈 시집 백 권을 읽어서 시인이 된다면 시인 못할 놈이 없겠네” 하였다. 이 말을 들으니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싹 가셨다. 그때 시인의 말을 듣고 시집을 백 권을 읽으며 시를 공부했더라면 나는 진즉 시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관 시인의 시는 진솔하고 직설적이고 파격적이다. 살불살조(殺佛殺祖), 한 번 휘갈기는 전환과 역설이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환경시를 쓴 환경시인이다. 마산이 공업화되면서 공해로 죽어가는 고향 마산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환경시 ‘독수대’를 쓴 것이다.

도법 스님은 진리를 쫓아서 세간의 중생들이 사는 모습을 찾아가는 탁발 순례자이다. 생명운동을 펼치고 지리산보호운동, 생태운동을 전개하는 깨달음을 사회화하는 실천적 수행자이다. 산중에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목석의 부처가 아니다. ‘허위와 욕망으로 가득 찬 거짓의 부처를 죽여라’ 하고 분연히 나선 치열한 구도자이다. 소암노파(燒庵老婆)의 교훈이 떠오르는 이 시대의 진정한 수행자이다.

얼치기 기독교인 이선관 시인은 그런 수도승 도법 스님의 모습에 매료되어 엎드려 절하고 이 시를 쓴 것이다. ‘우리 기독교도 허위와 위선에서 벗어나 깨어나라’는 외침의 회개시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임제록’에서 임제선사의 외침은 우상과 집착을 타파하고 올바른 깨침을 얻으라는 설법이다. 나의 부처와 신행을 생각해 본다. 거짓과 허상의 가면을 쓰고 용트림을 하고 있지나 않는가?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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