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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신중층(獅子身中蟲)

나라 좀 먹는 벌레의 실체

언제부터인가 약자들의 피맺힌 절규 현장에는 ‘어버이연합’이라는 정체 모를 단체가 출몰했다. ‘중북’이나 ‘빨갱이’를 입에 달고 정부가 불편해 할 시위현장에 득달같이 나타나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둘렀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어버린 어버이들의 한 서린 단식 현장에서 폭식 투쟁을 벌이며 조롱을 일삼았던 그들의 행동에서 이들이 일반적 어버이들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최근 ‘어버이연합’이 온갖 추문의 중심에 서 있다. 퇴직경찰관의 모임 ‘경우회’와 경제인들의 모임 ‘전경련’에서 억대의 뒷돈을 받아 시위 때마다 일당을 주고 수천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동원한 사람은 탈북주민이나 탑골공원을 전전하는 노인들이었다. 특히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권과의 부패한 고리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어버이연합과 더불어 국정원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서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여러 우익단체들과 결탁해 정부에 유리한 신문광고를 내도록 독려하고 시위를 사주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버이연합에 전달된 뒷돈이 국정원의 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잘못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국가기관을 동원해 선거를 왜곡하고 뒷돈을 받은 단체를 동원해 정당한 시위에 린치를 가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불가에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이라는 말이 있다. ‘사자 몸속의 벌레’라는 뜻이다. 사자는 짐승의 왕으로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지만 결국 자신의 몸 속 벌레에게 뜯어 먹힌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부가 아닌 바로 내부의 적이다. 백성을 이간질하고 권력을 휘두르며 전횡을 일삼던 나라는 살아남지 못했다. 피를 흘리며 일궈낸 이 땅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 국민의 입을 봉쇄하기 위한 거짓과 협잡이 판을 치고 있다. 나라를 좀먹는 벌레들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결국 불행한 미래가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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