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찰음식이야기
9. 사찰음식이야기
  • 김유신
  • 승인 2016.05.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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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 대표하는 음식은
느티떡·데친 미나리 나물

얼마 후면 불가(佛家)의 최대 명절인 ‘부처님오신날’, 사월 초파일이다. 줄여서 초파일이라고도 하는데 음력 2월8일, 12월8일도 초파일이고 매달 드는 8일도 초파일이나 일반적으로 초파일하면 부처님오신날을 지칭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다양한 국가의례와 축하연희, 그리고 민속놀이가 벌어졌는데 이를 통칭하여 ‘연등회(燃燈會)’라고 하였다.

‘연등(燃燈)’은 ‘등을 사르다’는 말로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요즈음 연꽃모양의 등을 지칭하는 ‘연등(蓮燈)’과 음은 같으나 의미는 다른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등회’가 시작된 것은 삼국시대부터로 고려시대까지는 국가의례로 시행되었으나 조선 초기에 잠깐 시행되었다가 폐지되면서 이후에는 민중들의 기원의례와 절기풍속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행히 지난 2012년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어 연등회의 유구한 역사 전통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나 삼국시대부터 천년을 이어온 국가의례 전통을 복원해야 하는 미완의 과제도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초파일을 대표하는 의례와 풍속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먼저 등(燈)과 관련해서는 ‘연등(燃燈)’과 ‘관등(觀燈)’을 들 수 있다. 연등은 등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올리는 일련의 행위 전반을 이르는 것이고 관등은 등으로 치장한 장엄물이나 거리풍경을 구경하고 즐기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로 ‘관불(灌佛)’과 ‘육법공양(六法供養)’을 들 수 있다. 이는 초파일을 대표하는 의례문화로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을 찬탄하며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것과 향, 등, 차, 과일, 곡식, 꽃을 공양 올리는 일을 말한다. 세 번째로 ‘호기(呼旗)놀이’와 ‘제등(提燈)행진’의 놀이문화를 들 수 있다. 호기놀이는 고려는 물론 최근세까지 이어진 초파일의 대표적인 절기풍속으로 어린이들이 초파일 즈음에 기다란 장대에 종이 등을 잘라서 만든 기를 매달고 등 만드는 비용을 추렴하던 풍속인데 마치 오늘날 할로윈축제 때 가면분장을 한 아이들이 초콜릿과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겠다. 제등행진의 전통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중국 동진의 법현 스님이 저술한 ‘불국기’에서 언급한 ‘행상(行像, 부처님을 커다란 가마나 수레에 모시고 성안을 도는 것)’이나 고려시대의 가구경행(街衢經行) 등에서 지금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본디 의례적인 성격이 강했으나 조선시대 이후 오늘날에는 연희와 놀이적인 측면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초파일은 불교만의 명절이 아니라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야간통금을 해제할 정도로 온 백성이 함께 하는 민족적 명절이었다. 명절에는 그에 걸맞은 음식인 절식(節食)이 있는 법, 초파일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초파일을 대표하는 절식으로는 느티떡, 볶은 검은콩, 데친 미나리나물을 들 수 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志)’, 김매순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등에 보면 초파일을 맞이하여 석남(石南)나무 잎을 넣어서 만든 증편, 볶은 검은콩, 데친 미나리나물을 먹는다고 하였다. 이는 석가탄신일에 고기 없는 간소한 채식으로 손님을 맞는 풍속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그 연원을 밝히고 있으니 초파일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할만하다. 이 중 석남나무 잎을 넣은 증편은 곧 느티나무 잎을 넣은 느티떡을 말하는데 허균의 미식소개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음식으로 달리 남병(楠餠)·석남엽병(石楠葉餠)·유엽병(楡葉餠)·석남엽증병(石楠葉甑餠)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동국세시기’에는 평소 염불을 할 때 숫자를 헤아렸던 검은 콩을 초파일을 맞아 소금을 넣어 볶아서 사람들과 나눠먹는 ‘인연맺기’ 풍속이 당시 성행하였는데 중국 송나라 사람 ‘장원’의 ‘오지(隩志)’ 내용을 인용해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해 온 풍속임을 전하고 있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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