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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교리를 간결하게 통일하자

기자명 김정빈

다양한 사상 통일 작업이 먼저

지난주 남방불교는 교리가 잘 통일되어 있는 데 비해 북방불교에 속하는 한국불교는 교리 통일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똑같은 불교라는 이름 아래에 있지만 한 지도자는 언어의 효용성을 긍정하는 데 비해 다른 지도자는 언어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한 스님은 제법의 공성(空性)을 말하는 데 비해 다른 스님은 실상(實相)을 말하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신자들은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웃종교와 경쟁 앞서
다른 종파와 경쟁 심화
하나의 교리로 합의된
남방불교 기반 참조해야

이런 상황은 처음 불교에 입문한 신자가 불교 사상을 정리하여 자신만의 신앙관을 확립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든다. 대체로 종교에 입문하는 과정은 ① 자신 옆에 강력한 종교인이 있어서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경우와 ② 스스로 삶에 대한 고찰 끝에 종교에서 답을 찾기로 한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 불교는 두 경우 모두를 어려움으로 이끌고 있는 형편이다.

 어떤 사람이 ①의 길로 불교에 입문할 경우, 그는 불교로 인도한 특정한 어떤 사람의 사상에 기반해 불교를 바라보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가 의존하고 있는 불교 사상은 대승불교 한 종파의 사상일 뿐이다. 그 사상 말고도 한국 불교가 속한 대승불교에는 다종다양한 사상이 있다.

그러다보니 그가 자신이 속한 종파 안에서만 있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의 종파를 벗어나게 되면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종파 안에서만 머문다는 것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종파에 속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그 사상을 설하는 책이나 설법을 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②의 경우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그 경우 그는 불교 개론서를 먼저 읽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불교가 역사를 거쳐 오면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그는 대승불교에는 여러 사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비유하자면 그는 대승불교를 바라보는 ‘전국지도’를 획득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그 다음 단계, 즉 ‘지방지도’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그 또한 ①의 신자가 가는 길을 가게 된다. 다종다양한 대승불교 중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어떤 특정한 종파의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한국에서 불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다종다양한 불교 사상에 대한 이해를 거쳐 그 사상 중 어떤 사상을 나의 불교관으로 삼을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것은 일생을 종교에 바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인연에 따라’ 자신의 사상이 결정되는 것이 상례이다.

이렇게 하여 화엄사에서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난 불교인은 화엄종의 신자가 되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 관음사가 있는 불교인은 관음종 신자가 되며, 그는 머지않아 다른 종파의 도전을 받는다. 이는 그가 확립한 신심이 타종교인에 앞서 자신이 속한 종교인들에 의해 위협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신념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 거칠고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도 모자라는 판에 같은 종교인들끼리 경쟁부터 해야만 하는 상황, 이런 상황은 남방불교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불교관은 사성제를 중심으로 하는 불교 사상으로 잘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불교는 어서 빨리 교리 통일을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만 한다. 물론 그 작업은 쉬운 일도 아니고, 금방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 두기에는 이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 

적어도 교리 통일 작업은 각 종파 간의 사상적 차이점을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고, 그에 따라 불교의 사상적 논의가 널리 퍼져 전개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불교인과 비불교인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설사 그 작업을 통해 교리가 통일되는 지점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해도 그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김정빈 밝은불교신행원장 jeongbin22@hanmail.net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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