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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예화와 비유법 ④

유사성·유추관계 통해 메시지 더욱 강조

의성법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내어 나타내는 비유법을 말한다. 청각적 이미지를 살려 스토리를 강조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실개천은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고” “처―ㄹ 썩 철―ㄹ 썩 쏴아아/따린다 부순다 무너바린다” “접동새 접동, 뻐꾹새 뻐꾹, 가마귀 꼴깍, 비둘기 꾹꾹 슬피우니” 등이 그런 사례이다.

의성·의태 등의 비유법은
묘사력 살려 현실감 배가
여러 의미 담은 중의법도
설득력 높은 효과적 방법

의태법은 사물의 형태나 동작을 살려내 표현하는 비유법으로 “모닥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해가 둥실둥실 떠오르네” 등이다. 사물의 크기나 강도, 색의 명도나 채도, 행동의 크고 작음과 속도의 차이 등을 섬세하고 묘사할 경우 이야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사물이나 인간의 모습에 대한 묘사력을 살릴수록 그만큼의 현실감이 살아나 설득효과가 커진다.

중의법은 하나의 말을 가지고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나타내는 비유법을 말한다.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것인들 긔 뉘 따해 났다니”라는 성삼문의 ‘절의가’에서 ‘수양산’은 중국의 수양산을 말하면서 동시에 수양대군을 의미한다. ‘채미’와 ‘푸새엣 것’은 고사리와 수양대군의 녹을 먹는다는 것을 뜻한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중의법의 묘미를 멋지게 살린 대표적 명시다. 프로스트는 교사와 신문기자를 전전하다 시인으로 길로 바꿔 하버드대 교수이자 저명시인으로서 삶의 대전환기를 맞았다.

살다보면 내가 걷는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주저함, 뒤안길에 서성이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젖어들 때가 많다. 그렇게 인생길은 수많은 갈등과 번뇌,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파도친다. 그런 갈림길에서 운명의 전환점을 맞는다. 인생의 도전과 반전 포인트이다. 그런 삶의 길과 숲속의 길이 교차하는 중의법을 사용한 이 시는 프로스트의 삶의 발자취와 우리네 삶이 맞닿으면서 위안을 삼고 또 하나의 이정표로 삼는다.
상징법은 원관념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보조관념만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나타내는 비유법이다. 은유법과 비슷하지만 원관념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대로 원관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면 은유법에 해당한다.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시인의 ‘해’에서 ‘해(희망)’와 ‘어둠(절망)’이 상징어로 대비됐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시인의 ‘풀’은 나약한 민초들을 상징하고 바람은 외부 세력인 강자를 상징한다. ‘더 빨리 울고’ ‘더 빨리 눕고’는 나약한 자의 수동적인 모습을 의미하고 ‘더 먼저 일어난다’는 것은 능동적인 저항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법은 앞서 설명한 은유법과 함께 어휘의 유사성을 통해, 문맥의 유추관계를 통해 메시지 의미를 더욱 강조하거나 확장시켜준다. 일찍이 부처님도 “바닥이 얕은 개울물은 큰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고 말했다. ‘바닥이 얕은 개울물’과 ‘고요한 큰 강물’이라는 상징어를 통해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데카르트가 물질과 정신의 충돌에 주목한 이원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세상을 살면서 대립과 갈등 그러면서 이내 ‘큰 강물의 고요함’을 찾아 떠나는 것이 우리네 인생길이고 불자의 자화상이 아닐까.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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