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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전정옥 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 이룬·44
철야 기도를 다녀오다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났다. 도반 한 분이 돌아가셨다가 살아나셨다. 내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외상이 없었지만 어느 날부터 온몸이 돌처럼 굳어왔다. 마음도 굳은 몸에 갇혀 버렸다. 온 세상이 뿌옇게 흐려졌다. 가슴과 머리가 터질 듯이 조여오며 통증이 이어졌다. 눈은 새빨간 토끼눈에 얼굴은 홍당무, 온몸이 바위처럼 무거웠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두려움과 초조 불안으로 마음이 피폐해져 갔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돌처럼 굳는 사고 후유증
살기 위해서 절하기 시작
숨길 트였지만 절은 엉망

새로운 삶을 위해 소중한 이들에게 아픔의 씨앗을 심고 떠나왔다. 돌아갈 곳이 없었다. 고아원에 가서 봉사하며 살까? 문득 ‘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이란 책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왠지 그곳에 가면 내 한 몸 기대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살기 위해 절 수행을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절을 계속하면 그나마 조금 살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밤을 새워 절을 하고, 한두 시간 정도 잠을 자고 다시 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온몸이 돌처럼 굳어 있으니 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호흡의 길이 막혀있어 습관적으로 입을 벌렸다. 어느 날 스님께서 입에 테이프를 부치라고 하셨다. 노란 박스용 테이프를 부치니 눈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나는 너무 좋았다. 죽을 것 같던 몸이 가느다란 숨길이 열리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한 번의 소중한 체험이 나를 더욱 열심히 정진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완전히 굳어버린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시체처럼 쓰러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얕은 숨만 쉴 뿐이었다. 가슴에 통증이 더 심해졌다. 죽을 것만 같았다. 급기야 절도 하기 힘들어졌다. 심장 전문의, 척추 전문의, 내과 전문의 등을 찾아 병원 진료를 받은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아픈 몸으로 위로받고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내게 있었다는 것을…. 마음 한편으로 ‘이제 죽지는 않겠구나’ 안심이 되었다. 가슴에 통증이 심하게 와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다시 힘을 내어 열심히 정진하던 어느 날,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정말 머리, 눈, 이마가 시원해지고 차가운 기운이 머리를 지나 아랫배에 모여 힘이 넘치는 체험을 했다. 그때부터 호흡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수행이 진지해졌다. 와선, 염불, 참선호흡 수련 등으로 숨이 아랫배로 저절로 자동으로 내려갔을 때 온몸에 기운이 꽉 차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이 났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절 수행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절 교육을 시키는 내가 손목이 굳어서 접족례가 안되고 발가락이 오그라들어 몸이 흔들렸다. 어떤 분들은 흔들리며 절하는 내 모습이 특별한 수행 비법인 줄 알고 따라서 하기도 했다. 어떤 분은 “선생님은 왜 절을 이상하게 하세요?” 묻기도 했다. 시범을 보이라고 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오빠에게 돈을 부탁해서 수백만원 하는 교정 센터에 갔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제자리였다.

그때 스님께서 만드신 수행 도우미에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되었다. 차갑게 굳은 몸속에 꽉 차있던 노폐물, 독소, 가스, 냉기가 빠져나오며 몸이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오그라들었던 발가락이 돌처럼 굳어 바닥에 닿지 않았는데, 차츰 닿기 시작했다. 뒤뚱거리던 걸음도 편안해졌다. 날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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