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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건너온 용기 있는 고백[br]육바라밀 행하는 보살들 친견

  • 교계
  • 입력 2016.05.04 12:15
  • 수정 2016.05.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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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신행수기 공모 총평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가 어느덧 3년째를 맞았다.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치 부처님을 처음 만나러 갔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통렬하게 돌아볼 시간을 가져볼 기회를 얻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스스로의 삶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사람을 만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감사하게도 귀한 인연으로 신행수기를 만나게 되었으니 설렘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가피보다 참된 불자 삶 기준
중생 향한 연민의 모성부터
부모사랑서 자비 본 장병까지
신행 넘어선 회향 실천 감동

장애가 있는 딸을 낳고 키우면서 엄마로서 느꼈던 좌절과 슬픔, 수시로 찾아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던 황성희 불자의 사연은 심사위원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 하루하루 생활에 치여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한 아픔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웃듯 찾아온 딸의 희귀병 앞에서 그녀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였다. 날마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딸을 부둥켜안으며 차라리 딸이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품은 순간 견고한 모성(母性)의 벽이 허물어졌다. ‘내 딸’이라는 집착을 내려놓고 나자 비로소 ‘아프고 가엾은 중생’이 눈에 들어왔다. ‘기적의 다른 이름…사랑’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갇혀있던 모성(母性)을 넘어 중생을 향한 연민과 자비를 지닌 참 보살의 길을 보여주었기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자식은 부모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 마음을 모른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 부처님께 간절하게 기도하고 매달리는 ‘어머니 불자’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면 자식이 부모님의 기도와 사랑을 느끼고 받아들여 스스로 변화했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식의 나이가 젊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6공병여단 132대대 본부중대에서 군복무 중인 김진일 상병의 수기는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청소년기에 어긋난 길을 걷던 중 어느 순간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의지처이자 스승이신 부처님의 말씀을 오롯이 만났던 경험을 담은 이야기는 얼핏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고백한 내용은 이상하리만치 긴 여운을 주었다. 굳게 닫혀있던 마음을 자신의 손으로 연 김진일 상병의 ‘어머니의 가르침’은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중앙신도회 회장상’으로 선정된 이선애 불자의 신행수기 ‘세 자매’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감동을 주었고, 이금미 불자의 ‘숨어피는 예쁜 꽃과 함께’는 마음 다스림과 신행을 넘어 세상에 대한 회향이라는 커다란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만장일치로 ‘법보신문 사장상’으로 선정되었다. ‘동국대 총장상’에는 눈물겹도록 생생하고 치열한 포교신행의 과정을 담은 이상화 불자의 ‘부처님 일’이, ‘불교방송 사장상’에는 6공병여단 본부근무대에서 복무 중인 이건한 상병의 ‘마음공부를 하자’가 각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이밖에 서정도 불자의 신행수기를 포함하여 총 13편을 바라밀상으로 선정했다.

보살이 열반에 이르기 위해 실천해야 할 여섯 개의 수행을 육바라밀이라고 한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가 바로 그것이다. 신행수기를 심사하는 내내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많은 보살님들을 친견하는 기분이 들었다. 부처님 만나는 길은 내 안의 불성을 마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성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불성을 가리고 있는 못난 나, 비뚤어진 나, 이기적인 나, 가식적인 나, 부끄러운 나 등등을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이 과정을 치열하게 겪어낸 후 진정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선물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지혜가 생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아가는 것은 진정으로 황홀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 달콤한 행복에 머물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세상을 향해 회향하는 것이야말로 불자의 참본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조민기 작가.
이번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부처님을 만나 절망과 고난을 극복하고 가피를 체험한 것을 넘어 불자의 참된 길을 실천하고 있는 작품인가였다. 신행수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용기이다. 그리고 용기는 불교와 불자를 바꾸는 작은 불씨가 되고 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온 신행수기가 앞으로도 많은 불자들에게 희망의 뗏목이 되길 발원한다.

조민기 작가·칼럼니스트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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