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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고리와 한반도 지진

온 우주의 축제일인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는 지난 4월 구마모토와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강진들이 불러온 엄청난 지진재난의 악몽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문(雲門)선사는 깨달은 사람에게는 ‘모든 날이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고 했다. 이 지진재난을 한반도에 둥지를 틀고 사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세속적으로 그리고 탈세속적으로.

구마모토에서 지난 4월14일과 16일에 발생한 규모 6.2와 7.0의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입은 인명피해는 사망자 58명과 부상자 3100여명에 이른다. 이 지역 건조물의 거의 반이 붕괴되었거나 붕괴될 위험에 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마모토 지진의 악몽이 가시기 전에 4월17일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하여 현재까지 적어도 사망 580여명과 부상 8300여명의 인명피해를 불러왔다. 이 두 지진들은 모두 소위 태평양 연안의 ‘불의 고리(Ring of Fire)’에서 발생했다.

불의 고리는 전 세계적으로 지진활동과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지역이다. 금년에 들어서 불의 고리에서 구마모토와 에콰도르 지진 외에도 1월24일, 1월30일, 2월5일 그리고 3월2일 앨러스카, 캄챠카 반도, 대만 그리고 스마트라에서 각기 규모 7.1, 7.2, 6.4 그리고 7.8의 강진들이 발생하였다. 이 지진들과 연관된 우리의 관심사는 ‘불의 고리’의 지진활동이 더 활성화 되어 그 결과로 한반도에도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다.

‘불의 고리’에서 일어나는 지진들은 태평양판, 코코스판, 나스카판과 남극판이 인접한 북아메리카판, 남아메리카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오스트레일리아판들과 충돌하면서 그 경계의 지층이 깨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판들 사이의 상대운동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불의 고리’의 지진활동에 고려할만한 변화가 생긴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이 판들 간의 상대운동에 큰 변화가 있다는 지진학적 지구물리학적 증거는 희박하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하며 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은 주로 이 판과 각기 히말라야산맥과 불의 고리에 속한 일본 해구에서 충돌하는 인도판과 태평양판에 의하여 발생하는 거대한 응력이 반도에 전파되어 활성단층들을 깨트리며 발생한다. 일본해구와 한반도 사이에는 베니오프지진대, 일본열도, 그리고 동해 등 각기 다른 지체구조가 존재하여 응력이 효과적으로 전파되지 못하고 따라서 일본 해구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은 한반도 지진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응력도 유라시아판을 전파하면서 대부분 중국내륙의 지진들을 일으키며 소진된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히말라야산맥이나 일본 해구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세속의 측면 또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불의 고리의 지진활동이 한반도 지진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해 보았다. 그렇다면 탈세속적인 측면에서 전 세계의 지진재난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우리 지구인에게 다가오는 모든 재난은 무수한 전세에 우리가 쌓은 공업의 결과라고 부처님은 가르친다. 그 공업은 결국 고통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소멸한다. 따라서 고통스런 재난은 우리의 죄업이 스러지는 상서로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달관할 수 있다면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다’라는 운문선사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다.

‘관음경’에 “부처님은 자비를 몸으로 하고 우레와 같은 가르침을 편다(悲體戒雷震)”라고 설했다. 지진은 부처님이 우리에게 보이는 우레와 같은 가르침이 아닐까?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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