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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자유를 향한 선택] 1. 진정한 행복을 권하다

기자명 가섭 스님

벗이여! 대자유를 향해 고고하고 당당하게 오라

▲ 출가의 삶이 결코 쉽거나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머리를 깎고 수행자의 길을 가다보면 세속의 행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조계종 출가상담사 가섭 스님이 출가를 권하는 이유다.

출가의 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이 삭발(削髮)입니다. 삭발은 수행자의 가장 큰 표식이면서 상징이기도 합니다. 머리를 깎는 것은 참 쉬운 일입니다. 스타일도 필요 없고, 솜씨 좋은 미용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때가 되면 밀면 그만이죠. 항상 머리를 밀고 다니시는 스님들은 이따금씩 머리를 미는 것도 번거로워 대머리가 되었으면 하는 진담 같은 농담도 합니다. 그처럼 삭발은 수행의 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그것입니다. 출가자의 모습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이기도 한 것이지요. 삭발은 출가자의 모습과 함께 수행자들의 일상 모습 그대로입니다. 기존의 자기 삶의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과 신념으로 살아가려는 다짐을 삭발을 통해 하게 됩니다. 오래 전 부처님이 그렇게 하셨듯이 우리도 출가의 첫 관문에서 삭발로써 서원을 세워봅니다.

수행자 일상 모습 그대로인 삭발
출가의 첫 관문이자 서원의 상징
삶의 본질적인 해답 찾아가는 길
쉽거나 편한 삶의 방식 아니지만
세속에 비할 수 없는 기쁨 존재해

삭발을 하고 서원을 세우기 전 우리의 삶을 정리해 볼까요? 직업을 갖기 위해서 12년 동안 부지런히 학교에 다녀 초, 중,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힘든 고3 수험생활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셨을 겁니다. 대학생활에서 남는 것은 캠퍼스의 낭만뿐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성적도 잘 받아야지, 자격증도 따야지, 어학연수도 가야지, 학비도 벌어야하고, 그 시간을 쪼개 연애도 해봐야합니다. 요즘엔 공부만 하는 사람은 고지식하다고 싫어하니 동아리 활동도 해야 하고 봉사활동도 틈틈이 해놔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도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직업을 갖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남들 다 갖고 있는 번듯한 직업을 갖는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번듯하지 않은 직업이라도 좋으신 분들은 그 과정이 조금 수월해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쉬운 일은 세상에 없다는 걸 느끼게 되죠.

이에 비하면 머리 깎는 게 훨씬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쉬운 일은 정말 세상에 없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해인사 같은 큰절에 출가하겠다고 찾아가면 머리도 그냥 깎아주지 않습니다. 우선 출가의 포부와 기본적인 개인 신상을 적는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서류를 작성하고 나면 원주스님과 면담을 해야 하고, 출가하기 적당하다 싶으면 걸치고 있던 옷가지와 신발, 장신구, 시계 등을 모두 반납합니다. ‘행자실’이라 쓰인 곳에서 회색 옷으로 갈아입고 법당으로 올라가 3000배를 시작합니다. 이때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물도 마음껏 못 마십니다. 머리를 깎기 전부터 사찰 예법에 어긋남이 없어야 하죠. 3000배를 다 마치고 나면 적당한 날을 골라 삭발식을 합니다. 삭발식에도 정해진 절차가 있어 긴장 속에 삭발을 마치고 나면 ‘드디어(?)’ 행자실에 발을 디딜 수 있고, 평생 입도보도 못한 자줏빛의 행자복을 입게 됩니다.

좀 더 쉬워 보이는 직장의 세계로 돌아와 봅시다. 마음에 아주 쏙 들지는 않더라도 직업만 갖고도 만족하여 솔로로 사시는 분들은 그나마 조금 수월합니다만,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참으로 복잡하고 난해한 계산으로 한없이 주판을 굴려야 합니다. 우선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니, 이래저래 빈틈없는 저울질로 심사숙고도 하고 때론 시행착오도 거쳐서 좋은 배우자를 골라야 하겠죠.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는 건 실수가 아니라 실패가 되니, 내가 고른 그 사람에게도 내가 고른 그 시기에 내가 좋은 배우자라야 합니다. 동시에 양가 부모님께도 서로가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하고, 집도, 차도, 혼수도 장만해야 합니다.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이 내 돈 같지만, 그 돈 갚기 위해서 평생 남의 결혼식에 봉투 들고 찾아다녀야 합니다. 이런저런 겉치레들이 부담스러워 다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하신 분들은 그 과정이 조금 수월해보이지만, 막상 같이 살아보면 쉬운 사람 세상에 없다는 걸 세월이 흐를수록 느끼게 됩니다.

행자실에 입방하고 나서부터는 기본교육과정을 마치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생활을 해야 합니다. 절에는 보통 행자실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출가를 결심하면 최소 6개월 이상을 모두 한 방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나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할 것 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갑자기 함께 살려는데, 다들 출가를 해서 그런지 고집은 어찌 그리도 센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입방 순서대로 좌차가 정해지는데 절집에서는 먼저 출가하신 분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해야 하므로 시키는 일에 토 달지 않고 뭐든지 묵묵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하는 일이라는 것이 우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예불 올리고, 스님들 공양, 신도들의 공양 세 끼 해드리고 설거지 및 뒷정리 하고, 빨래는 당연히 직접 다 해야 하고, 방청소는 기본이고 도량 청소도 해야 합니다. 절에 스님이 몇 분이 계시든 부탁이나 심부름 있으면 두말 않고 가서 해드리고, 필요한 물건 있으면 찾아 드리고, 신도들 오면 안내도 해드리고 해야 하는데 또 행자생활에서는 묵언이 원칙입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초발심자경문, 사미율의, 염불 등 의례를 배워야 하고, 발우공양 습의 등을 익히게 됩니다. 이렇게 수행의 깊이가 깊어지고 익어가면서 수행자는 각자의 가슴에 환희로운 부처님 세상을 하나씩 마련해 갑니다. 

어떤 수행자는 복지관을 운영하시며 힘들고 지친 분들께 작은 위로와 힘이 되어줍니다. 혼자되신 어르신들께 도시락도 갖다 드리고, 어린이들과 놀아주고, 치매노인들의 말벗도 되어드리고, 발달장애아동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어머니들께 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께 더 큰 힘이 되고자 복지에 매진하고 싶다는 포부도 갖게 됩니다.

어떤 수행자는 참선을 통해 본질적인 삶의 물음에 직면합니다. 우리가 힘들고 괴로운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삶의 근본적인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아픔도 치유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선방에만 앉아계신 스님들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여도, 남에게 폐 안 끼치고 공부해서 남 주려고 열심히 정진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큰스님들 중에는 끼니도 거르고, 잠도 거르며 불철주야로 참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수행자는 부처님 말씀을 부단히 공부하셔서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해줍니다. 본인처럼 이웃들도 부처님의 삶과 말씀을 통해 행복해지기 바랍니다. 더 많이, 더 깊이 있게, 또 더 재미있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유학도 다녀오고, 연구도 하며 법문과 말씀을 통해 사람들 마음에 편안하고 즐거운 쉼터가 되어줍니다.

어떤 수행자는 기도와 염불로 절에 오시는 분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드립니다. 힘들 때 음악이 위로가 되어주듯이 신심 있는 이웃에게 구성진 염불 한 가락이 마음에 와 닿아 큰 위로와 환희심을 내게 해주죠. 기도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쉬이 실천하지 못하는 분들은 절에서 스님과 함께 기도하면 한결 수월하고, 스님께서 축원도 해주시니 참 든든합니다. 기도하는 모든 수행자들은 한 가지 공통된 발원을 갖고 있으니, 기도에 동참하시는 모든 분들의 소원성취입니다.

출가의 삶이 결코 쉽거나 편안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가를 안 해도 사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머리를 깎고 수행자의 길을 가다보면 세속의 행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해인사 행자실에서 지금도 매일 저녁 다함께 모여 우바리존자의 게송 “신심으로써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걸어가야 할 길만을 고고하게 찾아서 가라”를 목청껏 외웁니다.

젊은이들이여 이 가르침을 의지하여 고고하고 당당하게 오라. 출가의 길로 그리고 영원한 행복과 자유의 길을 만끽하라. 벗이여!


 
가섭 스님은 1994년 청하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2001년 범룡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 석사학위 수여,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교육원 교육국장, 결사추진본부 총괄부장을 역임. 현재 마하사 주지와 한솔종합사회복지관장 소임을 보고 있다.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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